남지연 청주오송도서관 사서

나는 라디오를 좋아한다. 라디오를 좋아하는 이유는 언제나 내 주변에서 만나볼 수 있는 소박한 사람들의 일상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라디오를 듣고 있다보면 오래전부터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끼곤 한다.

라디오의 입문은 고등학생 때이다. 사춘기 시절 라디오는 대학입학을 준비하느라 지친 마음을 달래주며 첫사랑의 열병을 위로해주는 벗이었다. 학교 자습시간에 선생님 몰래 이어폰을 귀에 꽂고 라디오의 사연을 듣노라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곤 했다. 라디오는 나의 학창시절 마음을 나누고 공감하는 또 다른 친구였다. 그러나 취업준비에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던 대학시절에는 라디오를 한동안 멀리했었다. 다시 라디오를 듣게 된 건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꽉 막힌 출퇴근길 도로에서 듣는 보통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 이따금 예전에 자주 듣던 노래를 듣노라면 추억을 다시 꺼내놓게 된다.

라디오는 나에게 많은 매력을 주는 존재이기에 ‘마술라디오’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저자는 다큐멘터리 및 CBS 라디오 PD인 정혜윤 작가이다. 이 책은 방송에서 전하지 못한 저자가 만난 사연 14개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건 내가… 자유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던 어부어르신의 이야기, 아들이 열 살 때 아~빠!라고 불러주던 것이, 그 맛이 그렇게도 좋았다는 빠삐용 아저씨 이야기,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들과 후손들을 취재하다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시골에서 장승을 만드는 할아버지 이야기 등 저마다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과 저자가 나누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이야기들을 이야기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특별한 이야기, 감성과 희망이 녹아있는 보물 이야기이다.

‘인생은 딱 이거야, 어떻게 살아왔냐야. 행복, 최후의 순간에 말하는거야. 인생은 다 살고 끝에 가서 말하는 거야.’ (p.268)

‘그녀의 말은 사려 싶고 힘이 있었어. 그건 그녀가 심리가 아니라 윤리를 말했기 때문일 거야.’(p.275)

‘어머,그게 사랑이잖아요. 나로 인해서 상대방이 빛나 보이는 것, 상대방이 돋보이는 것.’(p.288)

‘마술라디오’ 속 모든 이야기들은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하지만, 그래서 더 여운이 남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억지로 꾸며내지 않아 오히려 더 아름다운 우리 삶의 이야기인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의 마음에 각자의 살아온 세월이 다르고 그 무게가 다르기에 각각 한 대의 라디오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마음 속 라디오를 켜고 나 자신에게 진실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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