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옥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책 읽기의 중요성은 늘 강조되지만, 아직까지 우리가 당면한 책 읽기는 ‘공적인’ 성향이 강하다. 즉 시험에 나오기 때문에, 회사에서 추천하는 책이라서, 요즘 뜨는 명사가 언급했기 때문에,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에 읽는다. 읽었다는 티를 내야만 하는 상황에서 남의 눈을 의식한 독서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독서로부터 진정으로 의미있는 무언가를 건져내려면 어떻게 책을 읽어야할까?

욕망에 솔직해지는 고전읽기 ‘아주 사적인 독서’는 자기만의 방식, 자기 색깔로 책 읽는 방법을 배워야만 독서의 진정한 효용을 알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 효용은 결국 자신이 당면한 인생의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돌아보고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사적인 독서는 고전을 그저 이야기책이 아닌 현실적인 문제에 대응하는 매뉴얼로 읽을 수 있도록 한다.

이 책에는 7편의 서양 고전 작품이 등장한다. 제목만 보면 읽어본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유명한 작품들이다. ‘마담보바리’, ‘채털리 부인의 연인’, ‘주홍 글자’, ‘햄릿’, ‘돈키호테’, ‘파우스트’, ‘석상손님’ 이런 작품들은 제목을 귀가 닳도록 듣고 줄거리 정도는 조금 귀동냥 한 덕분에 제대로 마음먹고 읽어볼 생각조차 품지 않는다. 나 또한 ‘주홍 글자’를 심각하게 읽은 기억만 빼면 다른 독자들과 다를 바 없다. 일종의 서평이랄 수 있고, 강의록 이랄 수도 있는 이 책은 치밀하고 촘촘한 고전 읽기의 본보기이다.

책에 언급되었던 고전들은 모두 인간의’욕망’을 다룬 작품들이다. 욕망이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로 고전을 통해 다시 해석되어지기는 했지만 결국 작품이 쓰여졌던 시기나 지금이나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인간들의 삶을 관통하는 문제였던 것이다.

이런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시대나 배경이 달라도 여전히 지금 접목시켜 유용한 해법을 얻을 수 있는 것이 고전의 힘이며, 이런 고전의 현재성이 책에 언급된 7편의 고전 작품들을 통해서 현재를 살고 있는 나 자신의 욕망을 정확히 비춰주고 이에 따른 해법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책 내용 중에 마담보바리(엠마)나 돈키호테처럼 자신의 삶과 책 내용을 구분하지 못해 비극으로 치닫는 삶도 있다는 것을 보면서 독서란 가장 위대한 스승임과 동시에 가장 위험한 안내자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

그러므로 이 책은 내게 고전을 다시 보게되는 좋은 조언자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했으며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책이다. 이 책이 전해준 아주 사적이지만 굉장히 전문적인 배경지식을 토대로 다시 한번 고전의 바다로 ‘풍덩’ 빠져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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