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애 청주시 흥덕구청 환경위생과

14일은 ‘발렌타인데이’였다. 짝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특별한 날이다. 고백하기 딱 좋은 날이지만 뭇 젊은이들은 고민 속에 빠진다. 이 날은 여자가 평소에 좋아했던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 허락됐다 한다. 이날이 되면 어김없이 연인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뜻으로 초콜릿 또는 케익을 주고받는다. 최근에는 초콜릿 대신 선물을 주고받기도 하며 특별한 장소에서 추억을 쌓기도 한다.

그러나 이 특별한 날이 1990년대 이후 청소년들 사이에서 기념일로 지정(?)돼 선물 혹은 초콜릿을 주고받는 문화로 변화됐다.

특히 국내에서의 발렌타인데이는 여성이 사랑고백을 하는 날로 인식되어 있기도 하다. 많은 식품제조업체와 유통판매업체들은 이날을 앞세워 매출 올리는 일에 기를 쓰는 듯한 모습이다. 초콜릿 관련 제품, 선물 기획 세트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발렌타인데이 그날이 바로 우리나라의 영웅 안중근 의사가 사형 선고를 받은 날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필자도 처음 아는 사실이라 송구하기 그지없다. 31세 젊은 나이로 형장에서 이슬로 사라져버린 대한민국의 영웅이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 2월 14일 이란다.

도마 안중근의사 어머니 조 마리아여사가 옥중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네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하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한 사람 것이 아닌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진 것이다. 네가 항소한다면 그건 일제에 목숨을 구걸 하는 것이다. 나라를 위해 딴 맘먹지 말고 죽으라. 아마도 이 어미가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네 수의의 옷을 지여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재회하길 기대 하지 않았으니, 다음 세상에는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돼 이 세상에 나오거라”라는 가슴 찢어지는 내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의 발렌타인데이가 1980년대에 일본에서 들어왔다고 한다. 얄팍한 상술로 초콜릿을 주고받는 날로만 기억되는 현실이 못내 아쉽기만 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이면 뒤에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슬픈 역사가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안중근 의사처럼 조국 독립과 국민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고 세계평화를 위해 초개처럼 몸 바쳐 2월 14일 사형 선고를 받은 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사랑도 이런 진정한 마음이 있다면 모두 이루어 질 것이다. 이러저러한 설화처럼 아름답고 고귀하고 서로의 마음을 전달하는 날이고, 매년 돌아오는 그 날이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된 사랑의 결실을 맺는 날이 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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