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 충북지방병무청 운영지원과

공직에 업을 두다 보니 다양한 부류의 민원을 접한다. 민원인의 희망사항을 그리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만 간혹 담당자를 곤혹스럽게 하는 내용들도 있다. 병무청 방문 민원 중에는 군 입대 관련과 신체검사 민원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러나 연세가 드신 분들은 본인의 군 복무 사실 증명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는 분들이 다수다. 민원인이 주장하는 내용이 사실과 부합되는 것 같지만, 군 복무 당시의 병적기록표나 거주표(병적기록표가 도입되기 전에 군 관련 내용들을 적은 일종의 기록표) 상에 나타나지 않는 내용들도 있다. 그 분들의 주장과 사실 내용에 관한 입증 자료를 찾아 민원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기 위해 병무청 직원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충북지방병무청에서는 나라지킴이 병역명문가를 오는 19일까지 접수한다. 병역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아져 2004년부터 시작된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을 각종 뉴스매체에서 비중있게 보도해 명문가관련 전화 문의도 예년에 비해 많다. 그 분들 중에 한 어르신이 기억난다. 처음에 전화했을 때에는 “여든 넘은 노인네요. 방송에 보니 3대가 병역을 마치면 뭘 신고하라고 하던데, 어떻게 하는 겁니까?”, “네, 어르신. 병역명문가를 보신 거 같은데요, 조부를 기준으로 조부의 아들과 조부의 손자들 모두가 현역 복무를 마치면 해당되십니다.”

며칠 뒤 제적등본이 팩스로 들어왔다. 어느 분이 전화해서 “제적등본을 보냈는데 그거면 접수되느냐”고 물었다. 며칠 전 신청서류 관련으로 상담한 그 어르신이었다. 그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아들과 손자는 모두 중국에서 생활한 지 10여년이고, 결혼한 딸은 모두 서울에서 거주해서 본인이 직접 신청해야 한다고 했다. 1932년생 어르신이었기에 구비서류를 다시 보내시라고 할 수 없어 신청서를 직접 받기로 했다. 겨울 한파가 몰아친 지난 18일 제천시 백운면에 갔다.

병역명문가 제도에 대해 설명을 드린 다음 어르신의 군 복무 이야기를 들으니 애국자가 따로 없었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몹시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나를 배웅하는 어르신을 보면서 “병무청 공무원으로서 더욱 세심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업무에 최선을 다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징병검사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병역처분을 받고, 신성한 병역의무를 이행하며 전역 후에는 동원훈련을 받는 사람들만이 병무청 고객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국민 모두가 있기에 병무청의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와 접한 민원인은 민원 상담이 부족해 한 번 더 전화해서 다시 물어보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고 민원인을 대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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