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동인한약국 한약사

올해는 새해가 주는 희망보다 몸과 마음이 위축되려는 느낌이 더 많은 한해가 되는듯해 걱정이다. 예년 같지 않은 날씨도 그렇고, 경제 한파와 정치 한파, 북한 리스크까지 겹쳐서 그런지 국민 대다수의 체감기온이 지난해에 비해 훨씬 떨어진 듯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과도하게 신경이 써지고 그로인한 신경성 질환들도 늘어날 것 같은 요즘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특히 맵고 자극적인 음식들이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데, 먹는 즐거움도 있고 매운 음식을 먹으면서 땀도 흘리며 식욕도 자극할 수 있으니 먹는 것에 조금은 무리가 따르더라도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싶다.

다행히 매운 음식으로 위안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으나, 간혹 너무 많은 자극이 오히려 속을 불편하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니 병과 위안의 경계를 스스로 잘 설정해야 되겠다. 그렇다고 먹는 재미를 포기할 수도 없으니 대안을 찾고,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우리 겨울철 음식 중에는 무를 활용한 음식이 많다. 김치의 종류만도 여러가지가 있을 만큼 무는 훌륭한 식재료이고 속을 편안하게 하는 좋은 약재이기도 하다. 매운 음식을 먹고 속을 달래줄때 먹었던 동치미의 시원함은 그 어떤 청량음료로도 비교될 수 없다. 소화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를 넣은 무밥이나, 잘 익은 깍두기 김치는 그대로가 좋은 소화효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훌륭한 약이 될 수 있다. 겨우내 부족해진 미네랄들을 보충할 수 있는 훌륭한 식재료인 무는 반찬으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차나 간식거리로도 좋은 식재료다.

무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말린 무말랭이는 볶아서 차로 마시거나 튀밥처럼 튀겨서 겨울철 간식처럼 먹기에도 좋다. 빈혈예방, 장 건강, 해독, 근골건강, 소화촉진에 도움이 되는 무는 볶아서 차로 마시기에도 구수한 풍미가 좋고, 겨울철 감기 예방과 감기로 인한 기침, 목 아픔을 완화시킬 약성으로도 유익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전통요법 약재로 쓰이기도 한다.

약을 쉽게 구할 수 없었던 기성세대들은 겨울철 살얼음 얼은 동치미 국물로 속 아픔을 달랬던 기억이 많을 것이다. 속이 쓰리거나 아플 때도, 체증이 있을 때에도 동치미는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이지만 그 효과 또한 기대할만 해서 오랜 세월 애용 되어온 전통요법이다. 얼음처럼 차가운 동치미지만 소화기를 더 위축시키지 않는 것은 소금과 발효를 통해 충분히 따듯한 성질을 갖고 있으면서 무의 소화촉진 작용과 해독작용은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해주기에 충분한 약식(藥食)이었던 것이다.

우리 속담에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말이 있는데, 요즘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애써 김칫국물부터 마시는 습관을 길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지난 메르스사태를 벗어나는데 4~5개월 걸렸던 아픈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올해는 지난해처럼 예측에서 벗어나는 일만이라도 안 일어나길 바라며 살아간다. 갈수록 세상살이가 버겁고 힘들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비단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동치미처럼 속까지 시원하게 해 줄 희망가득한 일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신명나는 한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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