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화 청주오송도서관 사서

드라마에 나오는 단골 대사가 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동을 보이는 주인공에게 누군가가 말한다.

“이러지마. 너 답지 않아.”

그러면 자연스럽게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는 한 대사가 등장한다.

“나 다운게 도대체 뭔데?”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아정체성은 살아감에 있어서 누구나 한번쯤은 해볼 법한 고민이다. 나란 존재에 대해서 나는 누구고 어디서 왔고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라는 철학적 논증을 걸쳐 수많은 답을 내놓지만 영 시원치 않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 ‘나란 무엇인가’는 섬세하고 날카로운 문제의식으로 무장한 일본 현대소설의 새로운 아이콘이자 ‘결괴’, ‘일식’ 등으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는 히라노 게이치로가 쓴 책이다. 누구나 마음 속 한구석에 품고 있거나 고민해 본 적이 있는 자아에 관한 문제를 담담하면서 차분하게 풀어나가는 철학에세이다.

자신이 어떤 인간인가에 대한 문제는 작가 스스로 오랫동안 고민해온 문제이자 자신의 소설 테마이기도 하다. 그 핵심은 ‘분인주의’다.

저자는 ‘나다움’이라는 말 자체가 허상이고 굴레라고 말한다. 이를 설명하는데 작가는 ‘분인(dividual)’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개인(individual)보다는 더욱 작은 개념인 분인은 타자에 따라 나뉘어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인간의 모습을 가리키고 있다. 인간은 여러 가지 자아를 가지고 있다는 말과 비슷하다.

또한 저자는 ‘진정한 나’ 자체에 대한 고민에 대해 우리가 좀 더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어느 하나의 모습이 진짜 내가 아니라,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양한 나의 모습이 모두 진정한 ‘나’라고 말한다.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기 위한 노력보다는 어떤 식으로 내 인격을 구성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자신 안의 다양한 모습을 인정한다면, 다양한 사회구성원과 부딪치며 고뇌할 때 좀 더 원만하게 풀어갈 수 있는 실마리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이 책을 권해본다.

인간은 여러 가지 얼굴이 있다. 이 책에서도 몇 번이나 되풀이한 구절이나 그러나 실제로는 역설적이지만 인격은 여러개 있어도 얼굴은 단 하나 뿐이다.<P. 68>

개성은 늘 새로운 환경, 새로운 대인관계 속에서 변화해 간다. 10년전의 당신과 지금의 당신이 다르다면 그것은 교제하는 상대가 바뀌어서 분인이 구성비율이 변했기 때문이다. <p.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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