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전 청주예총 부회장

중학교 2학년 때로 기억이 된다. 신영균·최은희 주연의 영화 ‘상록수’를  단체 관람한 적이 있었다. 두 남녀 배우는 어린 소년의 가슴을 끓어오르게 하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클라이막스에서 여주인공인 최영신이 죽음으로써 마음 여린 중학생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때 받은 충격과 감동은 지금도 여운이 생생하다. 하도 슬프고 슬퍼서 “왜 두 사람이 결혼해 행복하게 살지 않고, 여주인공이 죽은 것으로 작품을 써서, 우리들을 슬프게 하죠?”라고 선생님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감동이 카타르시스(마음정화)로 승화되는 순간이었다.

지난 일요일 필자는 TV 드라마를 시청하다가 모처럼 그것을 체험하였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곤혹을 치렀다. 현재 중국에서 절찬리에 방송되고 있는 ‘미월전’은 기구한 운명으로 태어난 ‘미에빠즈’란 여인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그린 드라마다. 전국시대 궁녀들의 사랑과 암투, 권력의 무상함을 그린 역사극이다. 

여성으로서 덕성과 재능을 겸비한 그녀는 진나라 혜문(惠文)왕의 후궁으로서 들어가 ‘해어화(解語花:말하는 꽃)’란 칭찬으로 총애를 받는다. 아들 하나 낳았는데 사람됨이 훌륭해 황후로부터 질시와 모함이 끊일 날이 없다. 왕은 이것이 화근이 되어 죽음을 맞게 된다. 왕은 마지막 운명하면서 ‘미에’만을 곁에 부른다.

“마지막 떠나는 길에 그대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가고 싶다”고 하자, 그녀는 통곡을 하며 머리카락을 잘라 붉은 실에 묶어서 손에 쥐어 준다. 그리고 그녀가 부는 피리소리를 들으며 평안히 눈을 감는다. 

진나라가 천하통일을 할 수 있도록 기틀을 닦은 혜문왕도 죽음에 이르러선 이렇게 허망하단 말인가? 사랑하는 여인이 쥐어준  겨우 열 가닥의 머리카락 마져도 숨이 멎으니 손에서 떠나는 가련한  인생! 이 장면에 이르러 필자는 “인생이 이렇게 허무한 것인가?!”라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백년의 세상살이가 하룻밤의 꿈이요, 만리강산이 한판 바둑이라!”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사는가? 재(財), 권(權), 명예(名), 애(愛), 즉 ‘돈과 권력과 명예와 사랑’ 때문에 허둥대다가 떠나는 가련한 인생! 

본래부터 우리들은 진여의 세계에서 왔다고 한다. 그래서  깨달은 사람을 ‘여래(如來)’라고도 한다. ‘여래’란 여래(眞如)의 세계에서 오신(來) 분이란 뜻이다. 진여는 바로 ‘우리들의 고향’이다. 탐욕에 눈이 어두워 고향을 잃어버리고, 고향을 떠난 ‘나그네’ 신세가 되었다. 진리의 세계에서 와서 진리의 세계로 가신 분을, 잘 살다가 잘 가신 분을,  좋게 살다가 좋게 가신 분을 ‘선서(善逝)’라고 한다. 이것이 ‘웰빙(well being:잘 살다가)’이요, ‘웰-다잉(well dying:잘 가신다)’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새로이 한 해를 시작하는 ‘무시무종(無始無終)’의 시점에서! ‘재(財), 권(權), 명예(名), 애(愛)’라는 탐욕에 눈이 어두워 우리들은 장님 신세가 되었다. 미망(迷妄)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신년에는 눈뜨고, 광명을 찾아서 ‘고향 찾는 나그네’가 고향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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