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철 행복나눔협동조합 대표이사

또 한해가 지나간다. 가벼워진 달력 한 장이 오히려 나에게는 더 중압감을 느끼게 한다. 아마 그런 느낌은 지나간 날들에 대한 후회와 반성 때문이 아닐까? 연초마다 하는 계획 중 하나가 ‘후회 없는 삶’이었건만 올해도 내 인생의 챗바퀴는 당초 계획과는 상관없이 후회와 반성이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때 늦은 겨울비가 하루 종일 내리는 늦은 밤, 1년 동안 굴러온 나의 챗바퀴를 되돌려서 그들의 흔적들을 살펴본다.

우선 나의 말(언어)로 인하여 부지불식간에 다른 사람의 가슴에 커다란 가시를 박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가르친다는 이유로, 또 친하다는 이유로 가족이며, 제자 그리고 친구들의 가슴에 수많은 가시를 박았을 것이다. 그들은 내가 박은 가시로 인하여 며칠 동안 아파하고 괴로워했을 텐데…. 말하기 전에 좀 더 신중하고 좀 더 시간을 두었으면 좋으련만 무엇이 나를 그렇게 급하게 했는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 느려지는 것이 순리인데 나는 정반대로 점점 더 급해지니 이 또한 후회로 남는다.

둘째는 기독교인으로서, 학자로서 양심의 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우렸나 생각해본다. 얄팍한 믿음과 지식의 자로 남을 제고 재단한 적이 수도 없이 많이 있었다.

나는 가끔 가슴속 저편에 있는 양심의 소리까지도 내 마음대로 합리화 시키고는 홀로 정의의 사도로 남아 있기를 원했다. 생각할수록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셋째 나이가 듦으로서 생기는 겸손을 멀리하고 거꾸로 자만과 오만으로 내 가슴을 가득 채웠다. 아직도 젊은 혈기가 발동하여 내 머리 세우기를 좋아 했고, 짧은 재주를 가지고 남에게 자랑하기를 즐겼다. 자연의 순리를 역주행하는 일을 하면서도 늘 행복하기를 원했고, 나만은 예외라고 생각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는 뒤에서 비웃었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해진다.

넷째 가장으로서 가족을 사랑하고 돌보아야 하건만 가족은 늘 다른 사람들 뒷전에 있었다. 가족이 나를 필요로 했을 때 내가 몇 번이나 그들 앞에 있었으며 그들이 나를 불렀을 때 몇 번이나 대답하였는가를 생각해 본다. 지금까지 내가 호흡하고 있는 것은 가족의 사랑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건만 그것을 잊고 살은 날이 너무 많은 것 같다.

12월 중순이다. 오래 전에 도착한 2016년 달력은 2015년 달력과 임무교대를 기다리고 있다. 내년에는 그들과 함께 달려갈 때 지금과 같은 후회와 반성이 반복되지 않기를 기원해 본다. 그리고 새롭게 준비한 계획과 꿈도 2016년 달력과 함께 걸어두고 싶어 한참이나 달력을 이리저리 뒤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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