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룡/황새생태연구원장 (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교수)

▲ 20년간 황새복원연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박시룡 황새생태연구원장. 황새복원 사업을 비슷하게 시작한 일본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지역주민들의 인식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0년전 마지막 황새 죽음에 복원프로젝트 구상·실행

인공 번식 시작으로 현재 교원대내 100마리 황새 보유

 

‘미호’와 ‘산황’ 계기로 황새 아랫마을 조성 서둘러야

정부·지자체·주민 의지와 협력만이 ‘생태복원’ 성공

DMZ 서식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 통일도 기대

우리나라 토종 텃새인 황새를 복원하고 자연방사에 성공한 황새생태연구원을 20년간 진두지휘하고 있는 박시룡 원장(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교수. 63)이 지난해 4월 교원대 청람황새공원을 탈출해 올해 3월 충북 진천군 일대에 나타났다 사라진 ‘미호(고유번호B49)’를 기다리고 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미호는 3월 진천군 백곡천 상류에 수컷 ‘진천’과 함께 나타나 백곡천 외에 초평, 대전 갑천, 교원대 상공 등지서 두 달 넘게 머물며 먹이활동을 벌이다 6월 이후 자취를 감추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한국교원대에서 나고 자랐던 본능을 잊지 않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터를 잡기 원했을 황새 미호다 .

“인식번호표가 달려있어 추적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것을 보면 이미 죽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농약이나 먹이 부족 등으로 죽었을 것이라 추측하지만 추적 장치가 훼손됐을 수도 있기 때문에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박 교수는 비록 미호가 죽었다 해도 황새가 우리 논과 하천에서 자유롭게 비상하는 그 날까지 황새생태연구에 사력을 다한다는 생각이다. 박 교수가 황새복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에서 동물행동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80년대 초반, 교원대에 재직 중 학교 주변에 살고 있는 참새과 휘파람새를 보게 됐다.

박 교수는 소리가 유난히 예쁜 휘파람새가 내는 소리에 주목하며 지역별, 혹은 지리적 변이를 보이는 새들의 방언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휘파람새의 소리를 녹음·분석하고 다른 지역 휘파람새의 소리와 비교하기를 10여년. 열 쌍이 넘었던 휘파람새가 어느 날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마지막 한 쌍까지 사라져 더는 나타나지 않았다. 농경지 바닥에 둥지를 틀고 살았던 휘파람새가 80년대 급속한 산업발달과 농약사용 등으로 개체수가 줄어든 것이다.

“자연이 생각보다 너무나 빠른 속도로 망가지고 있어요. 휘파람새 연구 초기에는 열쌍 정도가 보였는데 10년 만에 교원대 주변에서 아주 사라져 버렸어요. 휘파람새는 농경지에 살고 있는 작은 벌레들을 먹고 사는데 농약을 사용하면 당연히 벌레들이 살 수 없고 새 먹이가 없으니 새들도 살수 없는 거죠.”

그 무렵 박 교수는 서울대공원에 마지막 과부 황새의 죽음(1994년) 소식을 듣고 황새를 복원해야겠다는 ‘한반도 황새복원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문화재청 등에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결국 1996년에 한국황새복원연구센터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복원작업에 돌입했다.

독일과 러시아로부터 두 마리의 황새를 들여와 복원을 시작해 2002년에 첫 인공 번식에 성공해 황새 두 마리를 탄생시켰다. 이후 2003년에 자연번식에 성공하고 2007년에는 충북 미원면 화원리에 황새 2개체를 시험방사 했으며 2008년에는 (사)한국황새복원센터를 설립하고 대리모에 의한 번식에 성공했다.

박 교수팀의 황새복원 능력은 서울대공원 황새와 상호 교환할 만큼 확고해졌다. 이제 필요한 것은 연구원이 복원한 황새가 우리나라 땅에서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일이다.

충북 진천군과 음성군 대소면 삼호리 쇠머리 마을 등이 오래전 황새서식지였던 점은 주변에 넓은 농경지와 미호천이 있다는 천혜의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감안해 박 교수는 교원대와 가까운 진천군과 음성군, 청주시 등에 황새마을 조성을 기대했으나 자치단체의 관심 부족으로 충남 예산군으로 넘어갔다.

2010년에 예산황새공원이 조성되고 교원대내에는 황새연구원이 설립됐다. 연구센터는 ‘황새의 춤’이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등 황새복원을 경제적인 부가가치 창출과도 연계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 한국교원대 청람공원에 있던 황새 60개체를 예산황새공원으로 이전했으며 지난 9월 8마리를 야생에 자연방사했다. 현재 교원대에는 100마리의 황새를 보유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예산에서 방사된 황새 중 수컷 한 마리(산황, 개체식별번호 B02)가 일본으로 건너간 후 11일 현재 생사를 확인할 수 없게 됐다. 박 교수는 “지난달 24일 오전 9시경 한반도 남쪽 해안을 이륙한 후 이튿날 오후 7시 일본 오키나와 섬에서 북쪽으로 60km 정도 떨어진 오키노에라부 섬에 상륙한 것으로 확인됐다.

추적기를 통해 전송된 경로를 보면 산황은 1천77km의 거리를 3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비행한 것이다. 불가사의하고 경이로운 일이다. 이것은 우리가 왜 황새를 복원하고 보호해야 하는지를 모두 설명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황새들이 우리 땅에서 자유롭게 먹이활동하며 둥지를 틀고 살 수 있도록 할지 그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더욱 시급합니다. 이미 복원연구는 많은 발전을 이뤘죠. 미호와 산황을 계기로 황새 아랫마을 환경조성을 서둘러야 합니다.”

연구원은 현재 전국을 3권역으로 나눠 황새 아랫마을 조성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1권역은 이미 첫 야생방사를 시작한 충남 예산군을 중심으로 충남과 전남이며 2권역은 마지막 황새가 서식했던 충북과 경남, 경북 지역이며 3권역은 강화도, DMZ 지역이다.

이들 권역 중 해당 지자체가 황새서식지 마을 신청을 하면 연구원에서 한 쌍 씩 황새를 지원할 방침이다. 조건은 지자체와 마을주민들이 황새의 야생복귀를 위한 환경조성에 힘써야 한다.

우선 친환경 농법으로 농약대신 사람이 직접 손모심기와 제초작업을 해야 하며 생태 둠벙과 인공둥지 등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렇게 해서 황새마을이 조성되면 황새를 제공하고 이 황새가 최소 4주 이상 머물 수 있어야 하며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황새 지킴이와 같은 전문가 양성 및 배치가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지자체와 마을 주민들의 강한 의지와 지속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박 교수는 “황새 마을이 조성되면 장기적으로 마을주민들에게 경제적인 이익이 돌아간다. 유기농법의 황새 쌀 생산, 생태탐방으로 인한 관광객 유치 등을 통해 마을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위해 지자체와 마을 주민이 상생 협력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계복원의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새가 살았던 과거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함께 공존했지만 황새가 사라지면서 역시 많은 생태계가 붕괴됐다. 황새가 우리 땅에서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곧 우리 자연의 전체적인 생태계 복원을 상징하는 일이기도 하다.

박 교수는 최근 통일을 겨냥해 DMZ를 주목하고 있다. 추적기를 단 황새가 DMZ에 서식한다면 북한 땅을 자유롭게 드나들게 될 것이고 이는 황새를 통해 자연스럽게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평화통일도 기대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구상이다.

“일본도 우리와 비슷하게 황새복원을 시작했지만 일본은 먼저 주도권을 갖기 위해 정부와 지역이 경쟁적으로 황새마을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 정부와 지자체는 너무 부족해요. 교원대에서 학생 및 일반 주민들을 위한 황새교육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관의 지원과 협력이 절실합니다. 황새마을 환경조성을 위해서는 주민의식 변화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체험교육이 선행돼야죠.”

결국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인식변화가 관건이다. 충북의 경우 황새에 필요한 넓은 들과 미호천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황새와 온갖 생물들이 자유롭게 공생하며 친환경 농산물이 생산된다면 그것이 바로 충북 청주시 지자체의 귀중한 자산이라는 의미다.

▲ 한국교원대 청람황새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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