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청주목령도서관 사서

야단법석(野壇法席). 도서관 관계자라면 가장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아닐까? 도서관 이용자 민원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이유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서점 베스트셀러 진열대에서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그런 투철한 직업의식(?) 때문인지는 몰라도 ‘저건 안되지.’ 하면서 흘려보았다. 그러나 스쳐보았음에도 강렬하게 머릿속에 남던 표지사진. ‘야단법석’이라는 책 제목에 인자하면서도 마이크를 들고 웃으시는 스님. ‘시끄럽게 떠든다는 뜻의 야단법석이라는 단어와 항상 조용히 수행하는 스님이라는 이 두 가지 상반되는 모습이 표지사진에 왜 함께 있을까?’라는 호기심이 내 발걸음을 진열되어 있는 책으로 이끌었다.

법륜스님이 지으신 야단법석. 첫 장을 넘기자마자 나를 이끌었던 호기심이 풀어졌다. 원래 ‘야단법석’이라는 말은 불교의 전통적인 법회방식으로서 일방적인 법문자리를 누구나 참여해 무슨 이야기든 마음껏 하게 하여 웃고 떠들며 시끌벅적하게 만든 것이라고 한다. 엄숙하고 딱딱한 법회가 아니라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대화하는 소통의 자리인 것이다. 또 하나의 호기심. ‘그럼 왜 법륜스님은 이 책 제목을 야단법석이라고 지었을까?’ 조심스럽게 책의 첫 장을 넘겼다.

‘외롭습니다.’ 세계 각지에 있는 사람들이 야단법석이라는 현지강연을 통해 고백한 수많은 고민들 중에 노르웨이 오슬로에 사는 사람이 외롭다는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외로움이라는 인간 본연의 고민.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현대에서는 가장 일상화 되어버린 단어. 20대와 30대는 직장생활과 육아에 바빴으나 이민 후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겨서 문득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는 고민에 법륜스님은 “산속에서 혼자 살아도 마음의 문을 열고 있으면 외롭지 않습니다. 나무하고도 새하고도 대화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가 마음의 문을 닫고 있으면 외롭습니다. 자기 자신을 가만히 지켜보세요. 자기 생각에만 빠져있지 말고 일생을 통해 잘못 형성된 카르마(습관)을 알고 수행을 통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세요.” 라고 이야기한다.

인간 본연의 고민에서부터 연애, 가정생활에서의 일상적인 고민들, 나아가 정치, 사회, 국가에 대한 고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법륜스님은 공통적으로 몇 가지를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수행을 통해, 그것이 기도가 되었든 수행이 되었든 자기 자신을 들여다 봄으로써 자신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하고, 무엇에든 대가를 바라지 말 것이며, 마음속에만 두지 말고 항상 실행에 옮기라고 조언하고 있다.

전세계 100여 곳의 사람들과 115회의 강연에서 나눈 102개의 대화들. 따뜻한 커피 마지막 한 모금과 함께 ‘야단법석’의 마지막 장을 넘겼다. 법륜스님, 그리고 많은 친구들과 함께 세계를 돌며 마치 한바탕 수다를 통해 고민을 나누며 야단법석을 떨고 온 듯한 후련함과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작은 호기심으로 열어본 책. 야단법석. 그러나 이 책에는 인간이라는 공통된 삶을 살아간다면 누구나 만날 수 있는 어려움과 고민들을 잠시 나눌 수 있는 지혜가 숨겨져 있는 책. 나처럼 삶의 무거움을 친구들과 차 한잔 마시고 떠들며 행복에 내려놓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소중한 쉼터가 될 수 있는 책이다. 세계 각지의 친구들과 함께 야단법석 떨러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어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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