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충북예술고 교사

미국 제42대 대통령 클린턴의 취임식에 초대된 손님 가운데 준 리 태권도 사범이 있어서 전 세계의 주목이 태권도로 쏠린 적이 있습니다. 클린턴은 이준구에게 태권도를 배웠고, 평생 스승으로 여겼기에 그를 특별히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한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행사장의 풍경 같지만 사실은 한국인으로서는 아주 특별한 일입니다. 어느 사회나 주류 사회가 있기 마련이고, 그 주류 사회로 편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한국인으로서 미국의 주류사회에 편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태권도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태권도는 1970년대 전 세계에 파견된 사범들의 살신성인에 힘입어 실용성과 효용성이 뛰어난 격투기로 알렸고 그것이 미국사회에 먹혀든 것입니다. 클린턴과 이준구의 관계는 그런 태권도의 한 정점을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명실공히 한류의 첫 종목은 케이 팝이 아니라 태권도였습니다. 태권도를 통해 세계인들은 한국을 인식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태권도에 대해서는 한국인들조차 제대로 아는 게 없습니다. 신라 화랑도들이 수련했다느니, 석굴암에 태권도 동작이 나타난다느니, 하는 황당한 주장을 하면서 우리의 전통 무예라는 주장을 하죠. 그런 맹목의 세월이 30년이나 흘렀습니다. 그러다가 1999년에 김용옥으로 인해태권도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김용옥이 한 논문에서 태권도는 일본 가라테의 아류라고 지적을 했고, 그 논문을 게제 거부당하자 김용옥은 스스로 책을 낸 것입니다. 아래 책이 그것입니다.

태권도가 신라 화랑도의 훈련 무예였다던 맹목의 세월이 통째로 부서지는 사건이었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그렇게 미워하던 일본에서 흘러온 무예라니!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거기에 대못을 박은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최홍희는 자신이 일본에서 배워온 가라테를 변형하여 발차기 기술을 보충하였고, 이승만 정권 하에서 함께 당수도(카라테)를 하던 사람들과 협회를 구성하는 과정을 소상하게 밝혔습니다. 말하자면 이 책은 최홍희의 자서전입니다.

김용옥이 이런 사실을 밝히기 전까지 전혀 들어나지 않았던 이유는, 초기의 태권도를 이끈 최홍희가 1970년대 중반에 박정희 정권과 갈등을 일으키다가 캐나다로 망명한 까닭입니다. 최홍희는 캐나다에서 국제 태권도 연맹을 세우고 전 세계에 보급합니다. 북한에 보급된 태권도가 바로 최홍희의 태권도입니다. 이후 한국에서는 세계 태권도 연맹을 결성하여 최홍희와 대립각을 세웠고, 마침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태권도를 채택하도록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외국인에게 한국의 초기 이미지는 태권도가 가장 강렬하고, 지금도 그 강렬한 인상은 계속되는 중입니다. 따라서 한국인으로서 태권도를 모른다고 해서는 너무 무책임하다고 할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이 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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