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철 행복나눔협동조합대표이사

몇 십 년 만에 겪는 가뭄이란다. 저수지 물은 다 말랐고, 충주댐이며, 대청댐의 수위도 많이 내려가 상류지역 하천은 이미 바닥을 보인지 오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많은 비는 아니지만 요 며칠 계속해 비가 내려 메마른 대지뿐만 아니라 우리의 마음까지 촉촉하게 적셔준다.

그러나 늦가을 잦은 비가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지금 곶감농가는 난리라고 한다.

왜냐하면 계속되는 비로 곶감에 곰팡이가 피어 모두 버리게 됐기 때문이다. 올해 날씨가 좋아 과일이 풍년이라고 하더니… 과학이 아무리 발달되었다고 해도 손바닥만 한 농민의 가슴 하나를 치유할 수 없다니 인간의 한계를 다시 한 번 느낀다.

한 달 전에 예약한 강의가 있어 눈 속을 달려 진천에 도착하니, 차도 사람도 금방 하얗게 변한다. 회의장을 들어서니 회장께서 반갑게 맞이한다.

“지부장님! 어서 오세요. 우리 모임과 눈은 참 인연이 깊은가 봐요. 분명히 오늘 오전에만 눈이 온다고 해서 계획대로 진행했더니 이렇게 많은 눈이 많이 오네요. 지부장님으로 계실 때도 진천에는 많은 눈이 내렸지요?”

“그럼요. 진천은 눈이 많은 고장인 것 같아요. 하얀 쌀이 많이 나서 그런가?”

“맞아요. 지부장님 말씀을 들으니 그 또한 말이 되네요. 호 호 호.”

눈이 많이 내려서 그런지 회원들의 참석율이 저조하여 당초 시간보다 10여분 늦게 강의는 시작하였다. 강의한지 5분여 지나자 하얀 눈사람들이 하나 둘 의자를 채운다.

강의 주제는 부부들의 영원한 숙제인 ‘부부갈등’으로 정했다. 내 강의가 늘 그랬듯이 먼저 직접 경험한 내용을 사례로 들고 그 해결방법을 청중과 함께 찾아가는 방식을 취하였다. 모두들 겪었던 일들이라 그런지 호응도가 좋다.

“여러분, 지금 내리는 첫눈은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 행사에 많은 지장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겪는 부부의 생활도 이와 같다고 봅니다. 선남선녀가 만나 서로 사랑하고 함께하고 싶어 결혼을 하지만 늘 꿀 같은 생활이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남자와 여자라는 성이 다르고 태어난 환경과 문화가 다르다 보니 많은 갈등이 존재할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바로 눈입니다. 지금 내리고 있는 눈 자체는 부드럽고 포근합니다만 그것이 뭉치며 산사태가 돼 산림과 사람에게 커다란 해를 주기도 합니다. 부부 갈등도 똑같습니다. 처음에는 사랑싸움으로 부드럽고 포근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오래되어 가슴 속에서 뭉치고 단단해지면 결국 산사태로 변하여 우리에게 지울 수 없는 커다란 피해를 줄 수도 있습니다.” 나의 강의는 첫눈과 함께 그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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