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특별취재팀이 본 17대 총선

▷ 이번 총선에 대한 총평

이번 선거에서 충북지역 유권자들은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이는 기성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비판적 정서, 인물 교체 바람이 신행정수도 충청권 이전과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대한 정서적 반감이 겹친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역 의원들이 대거 낙선의 고배를 마셨고, 탄핵안 가결에 참여했던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 등 야 3당 후보들이 줄줄이 열린우리당 후보들에게 패한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논란 등 정치적 행보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면서도 탄핵안을 가결처리한 것은 당리당략과 정치적 논리를 앞세워 국민정서를 외면한 처사였다는 게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유권자들의 전반적인 입장이다.
이번 총선은 한층 강화된 선거법 개정 이후 처음 치러지면서 종전 금품과 향응에 치중한 ‘돈선거’를 탈피, 깨끗한 선거를 정착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분명히 보여줬다.
제도적 개선과 함께 유권자들의 의식 수준 향상에 조화를 이뤄 역대 선거 사상 가장 돈안쓰고 깨끗하게 치러졌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 역시 그동안 드러난 부정적 현상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적지 않은 문제점도 드러냈다.
우선 후보들에 대한 인물·정책공약을 면밀히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는 점이다.
합동연설회와 정당연설회가 폐지되고 홍보물과 명함 배포 등 후보 홍보업무에 대한 허용범위 역시 대폭 축소됨으로써 상대적으로 유권자들이 후보들에 대한 인물검증의 한계를 노출했다.
주류 정당 후보들에 비해 군소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은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당해 제대로 힘 한 번 못 써보고 패배를 수용해야 하는 제도적 허점에 대한 불만도 속출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얻은 성과와 함께 지적된 문제점들에 대한 철저하고 전향적인 검토를 통해 한결 성숙되고 완벽한 선거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이와 함께 인물이나 정책공약보다는 감성적 판단에 치우쳐 지역발전을 위한 인물 선택이라는 선거 본질을 정당 대리전 양상으로 왜곡시킨 책임은 유권자 스스로에게 있다는 비판은 유권자들이 깊이 자성해야 할 부분이다.

▷ 선거결과의 원인과 평가

‘탄핵 후폭풍’의 여파로 열린우리당의 강세가 예측되기는 했지만 8개 선거구 모두를 석권한 것은 예상 밖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이는 불법대선자금의 파장으로 ‘차떼기 정당’으로 전락한 한나라당에 대한 정서적 반발감이 잠재돼 있는 데다 신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이 관련법 제정으로 법정 계획이 됐음에도 정상적 추진을 위해선 이를 발현한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세력인 열린우리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정서적 지지가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 탄핵안 가결처리에 대한 심리적 반발과 젊은층의 투표율 상승도 주요인으로 감지되고 있다.
특히 증평·괴산·진천·음성선거구의 경우 정우택 자민련 후보의 승리를 점치는 견해가 적지 않았음에도 인지도가 낮은 열린우리당 김종률 후보가 승리한 것이 이를 반증하는 대목이다.
청주 상당과 충주 선거구는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보다는 인물에 대한 기대감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는 평가다. 이같은 현상이 열린우리당 지지세와 겹치면서 8개 선거구 석권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 비방전이 심했던 선거구와 쟁점

이번 선거 역시 네거티브 성격의 구태를 벗지 못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특히 상대 후보의 도덕성에 타격을 줌으로써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정치적 전술이 여러 선거구에서 불거져 나왔으나 선거 판세에는 큰 파장을 미치지 못했다. 유권자들은 이같은 네거티브 선거전에 식상해 있어 오히려 공격을 가한 후보측에 불이익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청주 상당선거구는 홍재형 열린우리당 후보측에서 윤의권 한나라당 후보 비방 문건을 민주노동당측에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쟁점화됐으나 판세를 뒤집을 만한 파괴력은 갖지 못했다. 일부 당원의 과잉충성에서 비롯된 데다 그동안 홍 후보가 보여준 깨끗한 이미지 덕에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했다는 평가다.
청주흥덕갑선거구는 오제세 열린우리당 후보의 부동산 특혜의혹과 퇴폐유흥업소 임대 건으로 공방이 치열했다.
하지만 부동산 특혜의혹은 이를 입증할만한 명확한 근거 제시가 부족, 오히려 전형적인 흑색선전에 그쳤다는 비판론이 제기됐으며 퇴폐유흥업소 임대 건은 오 후보의 지지표 이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으나 현역 의원에 대한 불신과 비판적 정서, 탄핵 후폭풍의 여진 등을 넘어설만한 파괴력은 보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충주선거구는 이시종 열린우리당 후보의 충주시장 재직 당시 추진한 다목적체육관 특혜발주 건이 핵심 쟁점이 됐었다. 행정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행정 미숙함일 뿐 이 후보의 개인적 치부나 특혜 차원에서 초래된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면서 여론을 움직이는 변수가 되지는 못했다.
청원선거구 역시 변재일 열린우리당 후보의 금품·향응 제공 의혹이 제기됐으나 이미 기울은 판세를 복원하는 데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다만 다른 쟁점들과 달리 선거법 위반과 관련한 사안으로 현재 관련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중이어서 결과에 따라 재선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선거법 개정에 준 영향

이번 선거는 한층 강화된 선거법 개정 이후 처음 치러진 선거였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돈안쓰는 선거 정착의 초석이 됐다는 평가다.
선거관련 범죄에 대한 신고포상금이 최고 5천만으로 인상됐고 유권자들의 금품·향응 수수행위에 대한 벌금도 최고 50배까지 확대되면서 후보자나 유권자들 모두 금품·향응에 대해 ‘노이로제’ 수준의 반응을 보여 역대 선거 가운데 가장 깨끗한 선거가 될 수 있었다는 견해다.
특히 청주 흥덕을선거구의 경우 이번 총선 과정에서 가장 모범적인 선거였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이나 향응·금품 제공 논란 등이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점은 승패를 떠나 모든 후보들이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다.

▷ 주목할만한 특징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정서는 기성 정치권의 인적 쇄신이다.
충북지역 8개 선거구에서 청주상당 한 곳을 제외하곤 모두 물갈이됐으며 정치신인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8개 선거구를 석권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민련 바람이 불던 지난 15대 총선에서도 자민련이 충북지역을 석권하지는 못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열린우리당의 압승은 충북 정치성향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동안 선거판세를 좌우해 왔던 지역감정이나 혈연·지연·학연 등도 완화된 경향을 띠었다.
선거법 개정에 따라 합동유세 등이 없어지면서 미디어선거로 전환됐으나 후보들에 대한 인물·정책 검증을 하기엔 허점을 많이 드러냈다. 부정적 현상 해소에만 무게를 둔 선거법 개정이 가져온 부작용으로 지적된다.

▷ 향후 정치권의 변화 전망

이번 총선 결과는 충북지역 정치지형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황금분할 구도를 보여 온 지역 정치권이 열린우리당의 독주체제로 전환되면서 당리당략을 앞세운 갈등 구도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현안 해결을 위한 정치권의 결집이 가능한 때문이다.
반면 일선 지방자치단체장들과의 ‘내면적 충돌’은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일선 자치단체장 정당 분포는 광역단체장을 포함해 한나라당 5석, 자민련 4석, 무소속 2석, 열린우리당 1석 등으로 야당 소속이 많은 데다 중앙 정치권 예속 성향을 벗어나지 못한 정치구조상 당적을 둘러싼 잠재적 갈등이 상존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선 자치단체장들의 당적 변경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열악한 재정 등으로 독자적 시책 추진이 어려운 만큼 중앙 정치권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필요로 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여당행이 잇따를 것이란 관측이 성급하게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 소속 정치인들의 정치활동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감지된다.
정치특성상 현역 의원의 영향력이 지역정치를 좌우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정치적 기반이 와해된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 등 야 3당의 정치활동은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충북지역에서 당선자를 내지는 못했지만 사상 최초로 원내 진입에 성공하며 3당으로 올라선 민주노동당은 상대적으로 정치활동이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충북지역에서도 당 지지도가 적지 않게 표출된 만큼 ‘현역없는 공통분모’에도 불구, 다른 정당보다 오히려 활약이 기대된다.

▷ 문제점과 개선방안

돈안드는 선거를 지향하다 보니 오히려 선거운동을 필요 이상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합동연설회나 정당연설회, 후보 개인별 홍보활동 등 돈이 들어갈 소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선 모두 금지하거나 범위를 최소화하는 바람에 유권자들이 후보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 많은 걸림돌이 됐다.
이번 선거에서 도출된 문제점들을 바탕으로 과다한 선거운동 제약보다는 효율성에 무게를 둬 유권자들이 후보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받고 검증할 수 있도록 탄력적 개선이 필요하다.
농촌지역의 투표소를 줄이는 바람에 가뜩이나 농번기로 투표에 무관심한 농촌지역의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견해도 제기돼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행정편의 제공이 요구된다.
또 이번 선거는 인물·정책 중심의 선거본질이 ‘탄핵후폭풍’과 노인폄훼발언, 거여견제론, 거야부활론 등 각종 바람에 휩쓸리는 바람에 정당간 대리전 양상으로 훼손·왜곡됐다는 점이다.
‘선거는 있되 후보는 없다’는 유권자들의 일반적인 반응이 이를 대변한다. 선거는 인물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통해 지역발전을 이끌 적임자를 선택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며 지금껏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심화된 것도 정치인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때문이다.
이는 비단 정치권의 책임이 아니라 유권자 스스로 감성과 정서적 판단에 치중한 책임이 더 크다.
유권자들이 정치개혁 요구에 앞서 스스로 자성하고 의식전환을 필요로 하는 것은 산택에 부여된 유권자의 의무다.
감성과 정서적 판단에 따라 선택된 후보들이 과연 유권자들의 요구와 기대를 얼마나 충족할 지는 이제 그들만의 몫이다.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스스로 17대 국회에 대한 ‘비판의 권리’를 포기한 연유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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