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풍으로 출발해 朴풍-老풍… 결국 彈풍

말도 많고 탈도 많던 17대 총선은 바람으로 시작, 바람으로 끝났다.

17대 총선의 출발은 초반부터 대통령 탄핵 등 초특급 이슈들이 넘쳐나면서 인물과 정책이 끼어들 공간이 없었다.

차떼기 금품수수에서 시작된 거대야당에 대한 실망은 3월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폭발했다.

민주당과 분당 이후 40여석의 소수 여당으로 전락한 열린우리당이 200석 이상을 차지할 것이란 여론조사 결과도 이 때부터 속출했다.

이 시기 본보 등 충북지역 언론사 여론조사결과 역시 열린우리당의 압승을 예고했다.

지난달 24~26일 3일동안 도내 유권자 2992명을 대상으로 지지정당 등에 대한 본보 여론조사결과 도내 8개 선거구 가운데 5 곳에서 열린우리당이 우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탄핵 역풍은 선거가 끝날 때까지 수그러들지 않을 듯 했다. 탄핵역풍이 전국을 강타하며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자 한나라당은 지난달 23일 탄핵안 가결의 주역인 최병렬 대표 대신 박근혜 대표를 내세웠다.

그리고 국민 앞에 엎드려 눈물로 호소했다. 당사를 천막으로 옮기고 108배도 올렸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훼 발언은 이런 분위기에서 지난 1일 돌출됐다.

이 발언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으로부터 세대간 갈등 조장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곧 ‘노(老)풍’으로 이어졌다.

‘노(老)풍’은 ‘박(朴)풍’과 교차되면서 열린우리당의 지지세 약화를 가져오는 위력을 과시하며 한나라당 지지층의 결집을 더욱 강화시켰다.

결국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인 2일 노인단체에 큰절을 올리는 것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예전의 지지세 회복은 힘겨워 보였다.

충북지역의 노인민심도 이 때부터 한나라당 쪽으로 크게 기우는 양상을 보였다.

노인단체들의 각종 성명이 잇따르면서 노인층의 결집을 가속화했다.

민주당도 반격에 가세했다. 추미애 선대위원장은 3일부터 5일까지 광주에서 눈물의 삼보일배 행진을 했다.

요지부동일 것 같았던 탄핵풍은 되살아난 지역주의와 세대간 대결 등에 자리를 내줬다.

위기에 처한 정 의장은 지난 12일 선대위원장직을 사퇴했다.

그리고 ‘리멤버 3·12(탄핵을 기억하자)’를 다시 외쳤다.

그 결과 네티즌 지지자들의 성원이 뒤따랐고 선거 종반 판세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17대 총선의 특징은 또 민심이라는 ‘거대한 바다’의 지배에서 찾을 수 있다.

이번 총선은 또 ‘3김’의 지배에서 벗어난 50대 리더들이 주도한 감성정치의 범람을 낳았다.

아직 당 내외의 뿌리가 약한 각 당 지도부는 위기 앞에서 눈물과 단식 등 감성을 자극하는 행위를 위기 돌파의 도구로 택했다.

그 결과 대중인기와 영합하며 포퓰리즘을 양산하는 부작용도 만들어냈다.

지역 선거구 후보들도 마찬가지였다.

삭발, 참회의 도보순례, 삼보일배 등 ‘구걸정치’가 전국 곳곳에서 난무했다.

이 바람에 정책 대결은 필연적으로 실종될 수 밖에 없었다.

정책 대결은 이제 오는 5월30일 개원하는 17대 국회에 기대할 수 밖에 없게 됐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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