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철 행복나눔협동조합대표이사

오래전 라디오를 통해서 들었던 일이 생각난다. 라디오 프로그램 이름은 잘 생각나지 않지만 편지글로 자기의 마음을 전하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어느 분의 아내가 자기의 남편이 늘 작업복 차림으로 출근하는 모습을 보며 언젠가는 자기 남편도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출근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날 저녁 아내에게 그런 일을 이야기 하니 퉁명스럽게 한 마디 한다. “내 참, 별 것이 다 부러운 세상이네. 한 번 그런 남편하고 살아 봐야지 그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알지. 날마다 흰 와이셔츠를 빨고 다리다 보면….”

퇴직을 하니 자유스러운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의복이다. 꽉 죄던 넥타이를 안 메어도 좋고 색깔 있는 셔츠도 마음대로 입고 다녀도 누가 말하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나의 체형이다. 그동안 불쑥 튀어나온 배며, 늘어진 살들은 양복이 잘 감추어 주었는데 벗겨놓으니 장난이 아니었다. 그 동안 입고 싶었던 청바지며 셔츠를 사서 입어보기는 하는데 영 옷맵시가 안 난다. 마침 나의 친구이자 주치의가 하는 말이 “친구는 몸무게를 75Kg까지만 빼면 혈압 약은 안 먹어도 될 것 같은데… 그게 쉽지는 않겠지?” 하며 은근히 체중 감량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다음 날부터 헬스장을 다니며 열심히 운동을 하였다. 처음에는 꼼짝도 안하던 체중계가 어느 때부터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몸무게는 83Kg에서 75Kg이 되었고 허리는 38인치에서 33인치로 줄어들어 그야말로 날아가는 몸매가 되었다. 아들과 딸은 그런 아버지가 대견스러운지 열심히 예쁜 옷들을 사준다. “아빠! 정말 대단해요. 우리도 아빠의 그런 의지력을 배워야 하는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내가 목표 했던 것이 이루어 졌으면 그것으로 만족을 하고 현상 유지에 치중을 했으면 좋으련만 나는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 욕심의 시작은 헬스장에서 알게 된 어느 분의 말 한마디 때문이다.

“선생님, 몸매가 좋습니다. 좀 더 노력하셔서 보디빌딩대회에 도전해 보시지요.”

그 말에 나는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운동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한 열흘 정도가 지나자 갑자기 어깨가 아파오기 시작하였다. 난 심한 운동으로 인한 근육통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들어 올리고 잡아 당겼다. 며칠 후 도저히 팔을 들 수가 없어서 인근에 있는 정형외과를 찾아가니 어깨 연골이 닳아서 없어졌단다. 한 달 정도 치료를 받아 어깨가 거의 나아갈 무렵 이번에는 발이 아파서 잘 걸을 수가 없다. 다시 병원에 가서 자초지정을 말하니 의사 분은 한심하다는 듯 나를 쳐다본다.

“아니 환자분은 아직도 20대 30대 인줄 아세요. 런닝 머신에서 그렇게 세계 달리면 그 발이 견디어 낼 수가 있습니까? 앞으로 2주일 정도는 꼼짝하지 마세요. 그리고 그런 욕심은 버리시고 종전처럼 적당히 운동하세요” 하며 핀잔을 준다. 진료가 끝난 후 진찰실 문을 열고 나오는데 혼잣말을 하는 의사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린다.

”오래 산다고 육체가 다시 청년으로 되돌아오는 줄 착각들 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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