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창/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비엔날레부장

▲ 공예비엔날레 개막을 하루 앞두고 마지막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 심정이라는 청주산업진흥재단 비엔날레부장 문희창씨. 거칠고 남성적인 공간이 인문학적이며 부드럽고 아름다운 공예예술 전시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이 비엔날레를 관람하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오진영기자

주제처럼 시민들의 참여로 가장 큰 이슈 만들고 싶어

85만 청주의 꿈 통해 옛 연초제조창 문화공간화로 확장

예술감독에 알랭 드 보통 기용으로 세계 홍보역할 기대

예술과 대중성 잇는 징검다리로서 공예비엔날레 지향

 시대와 사회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사람의 삶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소중하다. 사람이 사람을 이야기하고 사람의 이야기가 사회를 구성하고 이끌어가는 힘이 되기도 한다. 본지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람의 이야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귀 기울이기 위해 ‘사람&사람’ 란을 신설한다. 충청지역이라는 경계를 넘고 정치·사회·문화·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누구나 공감하고 들어야할 가치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HANDS+확장과 공존’을 주제로 개최될 2015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개막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비엔날레를 준비해온 많은 실무자 중 누구보다 가장 긴장하고 있을 사람을 만났다.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비엔날레부장 문희창(47)씨.

지난 10월 재단에서 발생한 내홍으로 비엔날레의 전반적인 업무를 컨트롤해야 할 책임자가 공석인 상황에서 두 차례에 걸쳐 전국 공모를 실시했지만 적격자가 나오지 않아 올 초 차장의 내부 승진이라는 카드로 위기를 극복한 비엔날레부장직이다. 역대 비엔날레 중 가장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된 셈이다.

재단이 설정한 공예비엔날레부장직의 업무는 공예클러스터 및 공예상설관 조성, 공예문화 및 공예산업 정책개발·연구, 공예비엔날레 기획, 실행, 평가, 공예비엔날레 홍보, 마케팅 업무 등이다. 대체적으로 공예비엔날레와 관련한 것이면서 지역 공예산업발전이라는 실익을 창출해야 하는 포괄적인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 업무 분장을 대략적으로만 보아도 하루 이틀에 이루어질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전문적인 지식과 실무적인 경험이 녹아들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이다.

한국외국어대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2004년에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문화산업부에 입사한 문 부장은 문화산업육성 계획 수립 및 실행, 산·학·연 지원사업, 문화콘텐츠 개발 및 관련사업, 기업유치 및 입주기업 관리, 문화산업 전문인력 양성 및 지원사업 등의 업무를 진행해 왔다. 부장 발탁 전 이미 비엔날레부로 자리를 옮겨 2015비엔날레 준비에 합류한 상태지만 지난 7개월간 누구보다 숨 가쁘게 달려온 문희창 부장에게 16일 개막하기까지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들어 보았다.

●공모가 불발돼 내부 승진이라는 타이틀로 인해 주변의 우려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비엔날레부장의 업무와 관련해 공예산업행정이나 문화예술기획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비엔날레 업무는 홍보 등의 분야에서 올해로 세번째다. 2013년에는 기획업무를 맡아했다. 문화산업부의 업무와 관련성이 많고 재단 내에서 다양한 업무를 두루 섭렵한 편이다. 올해 비엔날레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업무로 인한 큰 어려움은 없었다. 공예나 예술의 전문성과 행정가로서의 전문성은 명확한 역할 구분이 필요하다. 내 역할은 공예 및 예술인들이 좋은 작품으로 참여해 흡족한 전시행사가 될 수 있도록 뒤에서 돕는 역할이다. 무엇보다 객관적이고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비엔날레부장의 자리는 순수한 예술가 보다는 행정가가 적격이라고 본다. 공예예술과 관객이 만나는 과정에 행정가라는 절차적 다리가 필요하다. 공예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한다든가, 관객은 이를 수용하고 향유할 수 있는. 그 경계에서 행정가는 이 둘의 차이를 접목하고 잇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본다.”

●우여곡절 끝에 중책을 맡아 기획단계에서 배제된 부분도 없지 않을 텐데, 이번 비엔날레가 가장 중점을 두고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확장과 공존이라는 올해의 주제가 시사하는 것처럼 시민들의 참여를 가장 큰 이슈로 만들고 싶다. 8회에서 시민참여와 도시재생이라는 큰 틀 속에서 진행된 폐현수막 활용 대형보자기전이 주목받은 사례를 이어갈 생각이다. 한 장 한 장에 시민들의 희망과 꿈을 적은 CD로 옛 연초제조창 건물을 감싸는 대형시민프로젝트 ‘85만 청주의 꿈’을 실행한다. 특히 옛 연초제조창의 ‘문화공간화’라는 장소의 유의미성을 좀 더 확장시켜나갈 방침이다. 연초제조창은 1946년에 건립돼 청주의 경제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던 공간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공간이 갖고 있는 쓰임의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공예비엔날레를 통해 가장 좋은 모델이 되고자 한다. 거칠고 남성적인 공간이 인문학적이며 부드럽고 아름다운 공예예술 전시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통해 비엔날레가 지향하는 가치를 보여줄 예정이다. 공간이 연출하는 극단적 대비, 도시재생이 비엔날레를 관람하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8회 비엔날레에서 시민들의 참여로 진행된 폐현수막 대형조각보가 기네스북에 등재되면서 주목을 받은바 있다. 비엔날레 측은 폐CD를 활용한 ‘85만 청주의 꿈’(전병삼 作) 프로젝트도 ‘버려진 CD로 만들어진 가장 큰 설치미술작품’으로 기네스북 등재에 도전한다.

이 같은 대형 설치작업이 행사기간에만 전시되고 철거되는데 수억원대의 예산에 비하면 아까운 측면도 없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문 부장은 “2013년 조각보 설치작업도 공공미술 프로젝트였다”며 “이는 공공의 개념을 살리기 위해 소수 작가가 참여하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직접 작업에 참여하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올해도 비슷한 개념에서 출발했다. 조각보나 ‘85만 청주의 꿈’은 현대미술계에서 기존의 대형설치작업에 소용되는 비용에 비하면 최소로 책정됐다. 그에 비해 효과는 컸다고 자신한다. 숫자나 크기의 권위에 도전하기 보다는 통합청주시의 공공성을 대내외에 과시할 장치가 필요한데 그 장치로서 적합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대형설치작품이 전시가 끝나면 바로 철거된다는 것은 아까울 수밖에 없다. 좀 더 전시기간을 연장하거나 다른 활용 방안을 찾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옛 연초제조창 건물을 처음 전시공간으로 활용했을 때 획기적인 시도에 대해 주목을 끌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부드러운 이미지의 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풀어야할 과제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공간에서 발생하는 분진의 심각성이다. 오랫동안 공간에서 업무를 진행한 재단 직원들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또 거친 건물이 시민들에게 친숙한 건물이 되기 위해, 혹은 공예인이나 공예를 향유하는 시민 양쪽이 함께 혜택을 볼 수 있는 실리적인 활용방안이 나와야 한다.

“공예비엔날레를 통해 이루어야할 과제들이지만 급하게 서두를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모두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분진문제는 진공청소기와 환풍기 설치 등으로 최대한 줄여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상당히 좋아졌다. 공간의 활용 측면에서는 국토부의 지원이 확정돼 곧 리모델링이 이뤄질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제4분원으로 확정돼 수장고와 전시기능을 함께 하면서 전시공간의 품격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여기에 공예문화예술과 산업을 접목해 상설전시관과 유통판매소비, 창작자 공간, 소통을 위한 교육공간과 이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문화행정공간이 함께하는 문화융성클러스터 조성이 최종 목표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오스트레일리아 등 세계에 비슷한 사례로 성공한 공간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올해 전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을 예 술감독으로 기용한 것이다. 세계적인 소설가로 잘 알려져 있어 감독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추진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공예비엔날레의 세계화를 위해 국제비엔날레로 거듭날 수 있는 강력한 프로모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청주시민의 지지기반을 넘어 세계 대중의 관심이 전제돼야 한다. 알랭 드 보통이 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의 역할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국내작가 15인과 진행하는 특별전의 예술감독으로 작가들과 주기적으로 의견을 조율하면서 작업에 인문학적 접근의 근거를 제공할 것이다. 다음은 공예비엔날레를 세계 브랜드화 시키는데 홍보대사 역할을 하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그가 갖고 있는 예술적 상상력으로 작가들의 작품에 문학적 주석을 달아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도록 하고 에세이형 도록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이 모든 과정이 관람객과 작가 사이에서 매개자가 되어 관람객들의 심미안을 높이는데 좋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비엔날레가 9회, 18년을 맞았다. 문화예술 생활화나 부가가치창출 측면에서 지역사회가 발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기에는 뭔가가 부족하다. 앞으로 비엔날레가 지향해야할 방향과 옛 연초제조창 공간이 이뤄야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베니스 비엔날레와 비교하면 청주 비엔날레는 첫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예술성과 대중성이 양립하는 공예를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갈 것인가 하는 비엔날레의 정체성 정립이 필요한데, 결국 함께 갈 수 밖에 없다. 시각적인 예술성과 쓰임의 산업이라는 효용성을 적당히 배합하며 가야 한다. 공예라는 특성상 후자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시행사라는 예술적 기능 앞에서는 예술성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때문에 비엔날레 기간에는 예술성에 주안점을 둔다 하더라는 나머지 제조창 공간 활용 측면에서는 공예 상설전시관, 교육, 작업공간, 유통 등 대중과 산업이라는 측면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그동안 천막을 이용한 전시로 하드웨어 확보가 부족했다. 앞으로는 기본인 하드웨어 정비를 시작으로 시민들에게 안정적인 공예산업과 예술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주말공예장터 등 유통에 주안점을 두고 청주시민의 문화소비 촉진 뿐 아니라 관광객 유치를 통해 문화관광자원화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작가와 생활공예인을 더욱 양성하고 이들을 위한 창작공간제공과 전시, 공연, 학술연구, 체험과 소비 등 종합예술 성격의 공예페어가 활성화 돼야 한다. 결국 공예비엔날레가 그러한 방향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개막을 앞두고 인력 부족 등 어려움이 많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자치단체나 예산을 집행하고 지원하는 정부에 바람이 있다면.

“청주시가 인구 100만을 넘는 거점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도시 이미지가 중요하다. 문화는 곧 삶의 질을 결정짓는 요소다. 인구유입정책 측면에서도 문화콘텐츠 확보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시대다. 청주시가 문화도시라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청주시 뿐 아니라 충북도의 적극적인 관심과 역할이 필요하다. 법고창신의 정신을 갖고 지속가능성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력은 늘 부족하다. 전 직원이 밤을 새워가며 개막 준비를 하고 있다. 마지막 수능을 치르는 학생의 심정으로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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