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협녀, 칼의 기억’서 월소역

“예전에는 제게 쉽고 편한 작품이 안 들어온다고 말하곤 했어요.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스토리가 뻔한 이야기나 감정이 쉽게 드러나는 작품에 호기심이 안 생기는 거 같아요. 제 선택의 문제인 거죠.”

10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도연(42)은 감정적으로 어렵고 힘든 캐릭터를 자주 맡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녀에게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준 2007년 ‘밀양’을 비롯해 2010년 ‘하녀’, 2013년 ‘집으로 가는 길’, 올해 개봉한 ‘무뢰한’까지 모두 감정 연기를 소화해내기 쉽지 않은 배역이었다. 오는 13일 개봉을 앞둔 ‘협녀, 칼의 기억’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도연은 대의를 위해 사사로운 감정을 거세하고, 시각장애인이 돼 강한 절제미를 동반한 무협 액션을 선보이는 월소 역을 맡았다.

“솔직히 어떤 게 편하고 어떤 게 어려운 작품인지 잘 모르겠어요. 한 번쯤 쉽게 가고 싶다는 생각은 매번 해요. 하지만, 이야기가 궁금한 작품을 선택하는 건 계속해서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겨야 제가 맡은 인물에 빠져들 수 있거든요.”

전도연은 이번 영화에서 자신이 맡은 배역을 소화하는데 극복할 수 없는 한계에 부닥쳤다고 털어놨다. “시각장애인 연기와 액션 연기를 집요하게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근데 노력과 상관없이 신체적인 한계가 분명히 있었던 것 같아요. 액션은 아무리 연습을 해도 제 운동 신경으로 극복할 수 있었던 문제가 아니었거든요. 제가 고전 무용을 했는데 생각보다 유연하지 못하더라고요.(웃음).”

전도연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이렇다 할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아 고민이지만, 자기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고 특유의 귀여운 어투로 말했다. “정말 흥행은 모르겠어요. 특히, 저는 더욱 흥행에 대해 얘기할 자격이 없는 것 같고요.(웃음) 저도 속상하고… 천만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흥행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녀는 자신만의 작품 선정 기준과 관객과 소통하는 데 있어 제한을 받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흥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제 의도나 생각과 욕심으로 되는 문제가 아니라서 제 할 일만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천만 영화 감독님들과 작품 할 기회가 오지 않은 것도 시기적으로 맞지 않아서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제가 고른 이야기에서 느낀 재미와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제가 느끼고 받아들인 만큼 관객도 받아들여 주면 좋겠어요.”

“주변에서 너무 무거운 작품만 하다 보니 이런 배우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많이 하시죠. 근데 저는 이런 분들에게 제가 왜 작품을 선택했는지 설명해서 역으로 설득시켜요. (웃음) 제가 현재 누군가의 아내고,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지만 저 자신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배역을 선택하는데 어떤 한 부분에 강요당하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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