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 경영학과

천문학에서 지구처럼 생물이 존재하는 즉 생물권(habitable zone, HZ)을 골디락스 지대라고 부른다. 골디락스 지대는 한 항성 주위에서 지구와 비슷한 생명체가 발생할 수 있는 행성의 공전 영역을 말한다. 이는 지구가 너무 춥지도 않고 너무 덥지도 않은 위치에 놓여 있기 때문에 생명체가 탄생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의미다.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은 태양계 밖에서 지구와 쌍둥이처럼 닮은 별 ‘케플러-452b’의 발견 사실을 발표했다. 이 행성이 우리 인간이 그토록 찾았던 ‘골디락스(goldilocks) 행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태양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어 표면이 지나치게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아, 생명체가 살기 적당한 기온의 행성이라는 의미다.

골디락스라는 단어는 경제학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용어다. 경기상황을 이야기할 때 ‘골디락스’는 급격한 물가 상승을 동반하지 않은 호황국면을 뜻한다. 1990년대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없이 안정 속에 성장세를 이어갔던 것을 두고 처음 골디락스라는 말이 쓰였다. 또한 골디락스라는 말은 마케팅 용어로도 자주 사용된다. 제품을 마케팅하면서 지나치게 싸거나 비싼 제품들을 함께 진열함으로써 구매자로 하여금 제시된 가격이 적절한 것처럼 느끼게 하는 판매 기법을 ‘골디락스 프라이싱(goldilocks pricing)’이라 한다. 예를들어, 가전제품 매장에 고가 제품과 저가제품을 동시에 진열해 고객으로 하여금 중간 가격대의 제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금발머리’라는 뜻이 골디락스의 어원이다. 그렇다면 ‘지나치지 않고 적당하다’뜻이 될 것일까? 이는 영국의 전래 동화 ‘골디락스와 세마리 곰’에서 유래했다. 주인공인 금발 소녀 골디락스는 숲 속에서 길을 잃고 우연히 곰 세마리가 사는 집에 들어가게 된다. 식탁 위에 세 그릇의 수프가 있었는데, 배가 고픈 골디락스는 ‘너무 뜨거운 수프’ ‘식어서 차가운 수프’를 입에 댔다가 혼쭐이 난다. 이후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수프’를 먹는다. 그 후엔 ‘딱딱한 침대’ ‘출렁이는 침대’에 누웠다가 불편해 ‘너무 딱딱하지도 출렁이지도 않는 침대’를 택해 단잠에 빠진다. 이 이야기에 착안해 골디락스라는 말에 ‘과하지 않은 딱 적당한 것’이란 뜻이 곁들여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기존 틀로 더 이상 설명하기가 어려운 새로운 시대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초읽기에 들어간 미국 금리인상 후 예상되는 후폭풍, 그리스 경제사태로 촉발되는 유로존의 불안정, 중국경제 경착륙에 대한 불안감 등 글로벌경제시대의 불확실성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러한 차에 많은 이들이 1990년대 후반 수년간 4%이상의 고성장을 달성하면서도 낮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상태를 유지하는 이례적인 호경기를 누렸던 골디락스 경제가 다시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골디락스 경제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경기회복 혹은 경제성장요소의 혁신전략이 필요하다. 바닥을 기고 있는 경기를 부양하고 고용율을 높이기 위해서 갖가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갑작스럽게 골디락스경제는 찾아오지 않는다. 우리 자신의 문제는 우리가 준비하고 해결해야 한다. 지속적인 체질개선과 구조조정만이 미래를 준비하는 최적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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