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숙 수필가

짜증은 내어서 무엇 하나

성화는 바치어 무엇 하나

속상한 일도 하도 많으니

놀기도 하면서 살아가세


니나노~ 늴리리야~늴리리야~

니나노~ 얼싸 좋아 얼씨구 좋다!

벌 나비는 이리저리

펄 펄 펄 꽃을 찾아 날아든다.

 

이 노래는 국악인들에게서 대부분 듣는 경기민요인 태평가이다. 가사나 멜로디가 흥이 나고 노래도 따라 하기 쉽다. 고운 한복을 입은 국악인들이 삼삼오오 입을 맞춰 태평가를 부를 때면 보고 듣는 이들도 어깨춤이 절로 들썩인다.

중복도 지나고 장마날씨는 습도가 높아 무더위 속 불쾌지수가 온몸에 척척 휘 감겨 달라붙는다.

이 더위를 피해서 강원도로 여름휴가를 떠난 친구 J는 내게 SNS로 몇 장의 사진을 보내 왔다. 휴가 일정을 함께 잡아 리조트에서 형제들과 시간을 보낸다는 J는 무대까지 갖춘 넓은 광장에서 다른 휴가 온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바비큐파티를 열고 있다.

조용히 앉아 식사를 하던 저녁 무렵부터 해가 완전히 넘어가 사위가 어두워진 밤 시간까지 시간차가 나는 사진은 나를 웃게 한다.

평소에 조용하고 점잖은 사람들이 한 순배 술잔이 돌아가고 분위기를 돋우는 음악까지 따라주니 다들 무대 앞으로 몰려나가 관광버스 춤을 췄다고 한다. J는 흥이 뼈 속까지 있는 가족들이라고 부연 설명을 붙인다. 저들만의 특별한 가족유흥 모습이 아니다.

예로부터 우리민족은 신명을 타고난 사람들이다.

‘전국노래 자랑’이 해외동포에게도 인기가 제일 좋은 프로라고 하는데, 출연자들이 한결같이 노래들을 가수 빰 치게 잘한다, 춤들은 또 어떠한가! 음악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온몸을 들썩거리며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과도 함께 어우러져 멋들어진 춤판을 만든다.

신명이 있다는 것은 다른 말로 바꾸면 뜨겁고 순수한 열정이 있다는 것이다.

K팝이 세계로 진출한 것이 우연한 기회 속의 운이 아니라 이러한 우리민족의 저력을 보여 준 것이다. 구한말 선교사들이 서양에 전한 말들 중에도 노래와 춤추기를 좋아하는 민족이라 소개했으니, 면면히 이어진 우리네 신명의 모습이다.

어릴 적 동네에 액막이로 굿판이 벌어져도 너나없이 무속인과 함께 어우러져 춤을 추곤 했다. 먼 나라 아프리카 흑인부족들만 흥겹게 온몸을 흔드는 것이 아니다.

사는 게 점점 팍팍하다. 물가는 치솟고 주머니는 가벼워지기만 한다.

실업과 파산이 속출이다. 청년 취업난은 이제 입에 올리기도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고 깊은 이 시름의 강을 우리민족 특유의 신명으로 ‘사는 게 니나노~’하며 무사히 건넜으면 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