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 경영학과

휴가철이 시작됐다. 메르스여파로 한산하던 공항은 해외여행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대학을 시작으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방학에 들어갔다. 학생들에게는 방학이 기다려졌을 것이고 직장인들은 일로부터 해방되는 휴가를 기대할 것이다.

휴가는 프랑스어로 바캉스(vacance)이다. 바캉스는 ‘면제, 해제, 해방’이란 라틴어 vacatio에서 유래하였다. 본래 프랑스에서는 학생 교사 법관 정부관료 등에게 휴가가 주어졌다. 영어로 ‘방학, 휴가, 쉼’을 가리키는 vacation도 같은 어원이다. 휴가에서 ‘휴(休)’의 한자는 사람이 나무에 기댄 형상이다. 사람이 나무에 기댄다는 의미는 자연과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자연과 친해져야 창의성과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자연에서 비움과 채움의 미학을 배울 수 있다.

과거에 휴가 또는 바캉스라는 말이 처음 우리 사회에 자리잡기 전 해안가나 산에서 아니면 외국에 여행가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따가웠던 것이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1970년대 어느 신문사설에서는 ‘한량들의 천박무쌍한 노출증, 치기에 찬 허영, 반사회적 행락’이라고 비난하는 사설을 실었을까? 이후 삶의 질 향상과 근로기준법 강화 등으로 여름휴가가 일상이 되었다. 우리 사회는 집단문화 성격과 무더운 날씨 탓으로 휴가일이 ‘7말 8초’에 집중되어 있다. 이때 휴양처 어느 곳이든 교통체증, 바가지요금 등은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여전하다. 휴가철 운전이 미리 걱정된다는 한 집안 가장의 엄살에서 휴가가 아닌 고생길임을 알 수 있다.

휴가는 그간 바쁜 일상생활에서 잠시 비껴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충전을 위한 목적에 있다. 우리나라 30~40대 직장인의 90%가 평소 피곤함을 느끼고 있다는 최근 통계청 조사자료를 보면 제대로 된 휴가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피곤하기는 직장인 못지않게 경영층 또한 마찬가지다. 불확실한 경영환경하에서 전략적인 의사결정, 미래 먹거리 걱정 등등 하루하루 노심초사가 아닐 수 없다. 휴가철에 집에 머물며 독서를 하거나 전략구상을 하겠다는 경영자들이 많다. 매일매일 긴장의 연속인 삶에서 잠시 비껴나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창의성이 길러진다. 오죽했으면 ‘노는 것이 경쟁력이다’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제대로 된 쉼은 채움으로 가기 위한 여정이다.

종업원의 만족은 고객의 가치로 연결된다. 이런 인과성을 간파한 일하기 좋은 기업들은 직원의 휴테크를 위해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어느 회사는 5년 근속시 한달간 유급 안식휴가제도를 도입하여 직원들의 만족도와 충성도가 높다. 최근 삼성전자는 최대 1년간 자기계발 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휴가 혁명제를 도입했다. 부러운 일이다. 자기계발을 위해서 1년을 사용할 수 있으니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을 것이다.

휴가에 대해 관대한 조직이 있는 가하면 그 반대의 조직도 있다. 조직 상황이 어려워지면 통제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아 조직 구성원이 여유를 그냥 놔두지 않는다. 무슨 토를 달아서라도 잡일을 만들고 일하는 척하는 문화가 자리하게 한다. 조직 경영자의 의식이 바뀌지 않고는 조직 구성원은 동반자가 아닌 통제의 대상으로만 여긴다.

진한 노동 뒤의 휴식은 달콤하고 편안하다. 그간 앞만 보고 달려온 학생, 직장인, 경영자들은 휴가철을 맞이하여 진정한 자신을 돌아보고 나를 찾아야 한다. 휴식은 권리이자 책임이 따른 삶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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