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석 한국교통대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지난달 대법원에서는 국립대학교 기성회비 징수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대법원 판결문을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국가가 설립경영하는 대학인 국립대학은 대학교육이라는 특정한 국가목적에 제공된 인적물적 종합시설로서 공법상의 영조물에 해당한다. 국립대학이 교육역무와 학교시설을 학생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교육재원이 필요한, 국립대학의 설립자경영자인 국가나 국립대학의 수익자인 학생 측이 이를 부담 할 수밖에 없다.

국립대학이 납부 받은 돈이 등록금에 해당하는지는 그 납부금의 명칭이나 납부방식 등 형식적 기준에 의하여만 정할 것이 아니고 국립대학이 그 납부금을 받게 된 경위, 필요성, 납부금액, 납부방식, 학생들이 동일한 수준의 금액을 획일적으로 납부하고 있는지 여부, 납부자인 학생이나 학부모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납부금의 실질이 국립대학의 교육역무 제공과 교육시설 이용 등에 대하여 대가관계에 있는지, 다시 말하면 영조물인 국립대학이 사용료의 의미를 갖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그러므로 기성회비 징수는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그간 교육부는 기성회계의 지출 목적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주장해 왔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문만 볼때 기성회계의 지출 목적이나 내용에 대한 것은 소송의 주된 쟁점이 아니다. 국립대가 직접 징수하지 않고 제3자인 기성회가 징수한 기성회비가 법적 근거가 있는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까지 기성회계 수당의 지출 내용이나 목적이 잘못됐다고 교육부가 강변한 것은 법적 타당성이 없다고 생각된다.

더구나 법적 근거 없이 고용된 기성회 직이라는 오명을 씌워가면서 강제 퇴직을 시키고, 퇴직금을 정산하게 만들어 연금에 부당한 손해를 입히면서 위헌적 요소가 있는 국립대학재정회계법과 시행규칙에 따라 대학회계 직으로 신규 채용하게 한 무리수에 대한 책임은 국가가 지어야 한다.

중간 정산한 퇴직금은 반환하게 하고 연금의 계속성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위법이 아닌 기성회계에서 지급하던 정액수당 등을 지급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입게 된 피해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제 국립대학재정회계법의 폐기가 합리적이고 법적으로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기성회비 징수가 적법하다고 판결이 난 현 상황에서 문제가 많은 국립대학재정회계법과 시행규칙에 따라 현재 교육부가 강요하고 있는 일체의 절차는 중단돼야 한다. 그동안 대학입시라는 통상의 업무가 아닌 업무를 하면서 정단한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게 한 것도 교육부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입시 전형료는 국고에 귀속될 이유가 없는 기타 수입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입시와 관련해 동일한 노동에 대한 정당한 수당을 지급한 사립대학의 예가 있으므로 법적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국립이라는 이유로 전형료가 적으므로 다소 적은 수당을 지급할 수는 있어도 지금처럼 낮은 수준으로 지급하고 국가가 부당하게 가져가는 것은 부당 이득이라 생각된다.

기성회비 징수가 위법하다는 가정 하에 교육부가 밀어붙이고 강요했던 국립대학재정회계법과 시행규칙은 폐기하고 기존의 기성회계에 해당하는 재정을 국고와는 별개로 국립대학 자율적 자립 재정으로 하는 법적 조치만 취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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