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 이야기로 높은 시청률..시청자 마음잡는 적정선 고민

불륜, 복수, 출생의 비밀, 살인, 납치…. 나열하기만 해도 왠지 모르게 오싹해지는 이런 일들이 날마다 펼쳐지는 곳. 바로 아침드라마다. 자극적인 소재와 연출로 혹평을 받고 있지만, 아침드라마는 ‘막장’과 ‘통속’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빠른 전개와 확실한 권선징악 구조로 자신만의 장르를 만들어가고 있다.

방송사가 여러모로 공을 들이는 오후 10시 미니시리즈 드라마들이 시청률 10%에 근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시청률 가뭄’ 속에서 아침드라마는 별다른 프로모션 없이도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이는 방송사의 효자다. 지난 1월 종영한 SBS TV ‘청담동 스캔들’은 최고 시청률 22.1%로 SBS 전체 드라마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배신·불륜·불치병…아침드라마의 공식

최근 한국 드라마는 갑과 을, 학교 폭력 등 사회 문제나 특정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각자 특색 있는 방식으로 풀어간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출생의 비밀, 재벌, 불륜, 불치병 같은 자극적인 소재로 비판을 받았던 것이 사실.

아침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의 특성이라고 할만한 이런 소재들을 그대로 가지고 간다.

아침드라마 설정의 기본은 ‘배신’. 주인공은 믿었던 사람에게 외면을 당하거나 버려진다. 지난 19일 종영한 SBS TV ‘황홀한 이웃’은 남편밖에 모르는 ‘남편 바보’ 공수래(윤손하 분)가 옆집의 ‘키다리 아저씨’ 박찬우(서도영)에게 흔들리면서 시작했다.

수래는 자신을 자책했지만 알고 보니 찬우는 남편의 불륜녀 최이경(박탐희)의 남편이고 복수를 위해 자신에게 접근한 것. 수래와 찬우는 우여곡절 끝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수래가 암에 걸리면서 아픔을 겪는다. 드라마는 결국 찬우의 전처인 이경이 수래에게 간을 이식해주면서 해피엔딩을 맞았다.

MBC TV ‘이브의 사랑’은 친구의 배신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된 진송아(윤세아)가 역경을 이겨내고 진정한 사랑과 잃었던 것들을 찾는 이야기다. 강세나(김민경)가 아침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천하의 악녀’를 맡았다. 자신 때문에 쓰러져 의식 없이 누워있는 송아의 엄마 홍정옥(양금석)을 죽이려 하고 과거 자신과 연인 관계였던 송아의 약혼남 차건우(윤정화)를 이용해 송아를 옥죈다.

케이블방송 tvN의 아침극 ‘울지 않는 새’는 인생의 롤모델이었던 엄마를 죽인 새 아버지의 전처를 향한 복수극이다. 천미자(오현경)는 돈 때문에 헤어진 남편의 사업이 다시 성공을 거두자 찾아와 그를 유혹하고 남편의 새 아내에게 악행을 일삼는다.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40~60대 여성 꽉 잡았다

남편의 불륜 또는 친구의 배신, 주인공의 각성, ‘백마탄 왕자님’의 출현…. 아침드라마의 이야기는 대부분 이 스토리라인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수십, 수백번 들어봤을 이야기가 지겨울 법도 하지만 이 시간대 TV를 시청하는 이들은 이런 이야기에 여전히 성원을 보내고 있다.

지난 18일 방송한 SBS ‘황홀한 이웃’은 11.7%, MBC ‘이브의 사랑’은 9.0%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아침드라마를 폐지했다가 1년여만인 지난해 하반기 ‘가족의 비밀’로 부활시킨 tvN도 ‘울지 않는 새’(1.4%)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주 시청자 층은 ‘남편 출근, 아이 등교 시키고 한숨 돌린’ 40~60대 주부들. 실제로 시청자를 분석해보면 40~60대 여성이 아침드라마 시청자의 60% 가량을 차지한다.

지난 1월 종영한 SBS ‘청담동 스캔들’은 출생의 비밀, 악한 시댁, 피임, 납치, 불륜 등 ‘막장 드라마’ 공식에 충실했다.

이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22.1%(12월24일분)를 기록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시청률은 지상파 3사 아침극은 물론 SBS 드라마 전체 1위였다.’

‘황홀한 이웃’ 후속으로 방송되는 SBS ‘어머님은 내 며느리’에 출연하는 배우 김정현은 제작발표회에서 “아침드라마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이 좋았다. 아침드라마가 은근히 호응이 좋은 것 같다. SBS에서 시청률이 제일 잘 나오는 것도 아침드라마”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침드라마는 40~60대 여성이라는 타깃으로 놓고 이들이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 하며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주인공이 이런 고난을 딛고 자기 자신을 찾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게 막장은 아니에요”…변신 꿈꾸다

22일 첫 방송하는 ‘어머님은 내 며느리’는 고된 시집살이에 ‘내가 시어머니였으면’하는 며느리들의 발칙한 상상을 드라마화했다.

열아홉 나이에 부모의 성화에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해 아들만 바라보고 산 추경숙(김혜리)과 며느리 유현주(심이영)가 주인공.

아들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두 여자는 각자 개가를 하는데 알고 보니 경숙의 남편이 현주의 남편 외조카라는 설정이다. 괄시했던 며느리가 상전이 된 상황에 당황한 경숙과 드디어 복수의 기회를 맞이한 현주의 대결이 중심 이야기가 될 예정이다.

높은 시청률에도 아침드라마는 ‘막장’과 ‘통속’사이 어딘가 시청자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지점을 향해 고민을 거듭하는 중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