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극비수사’ 김윤석

가장 정상적인 형사, 형사다운 형사의 모습인 것 같아요. (‘공길용’은) 언뜻 보면 형사인줄 아무도 몰라요. 그냥 잠바 입고, 터벅터벅 걸어다니잖아요. 수첩 하나 가지고 다니면서 수사 내용 적는, 마치 우리가 예전에 보던 드라마 ‘수사반장’의 형사 같은 모습입니다. 요즘 (영화에 나오는) 형사들은 정말 멋지잖아요. 양복 입고, 패션 구두 신고, 머리를 탁 빗어넘기고.(웃음) 그런 게 아니어서 좋았어요.”

배우 김윤석(47)의 말 그대로 영화 ‘극비수사’(감독 곽경택)의 형사 ‘공길용’은 그런 사람이다. 동네 아저씨 같은 모습의 형사. 요령도 부려가며 일하지만, 중요한 사건을 맞딱드리며 그 사건에 몰입해 들어가는 형사.

더 중요한 건 공길용이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범인을 잡는 게 목적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려는 형사, 그래서 김윤석은 공길용을 “가장 형사다운 형사”라고 말했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형사 공길용은 영화 ‘극비수사’의 전부나 다름 없다. 그에게서 풍겨 나오는 ‘사람 냄새’는 이 영화의 공기다. 그저 동네 아저씨 같이 푸근한 공길용처럼 ‘극비수사’는 자극적이지 않고, 따뜻하다. 자극 자체가 목표인 것처럼 보이는 최근의 스릴러 장르 영화와는 궤가 다르다. 김윤석이 이 영화를 두고 수차례 “닭백숙 같은 영화”라고 한 건 매우 적절한 표현이다.

‘해무’(2014)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2013) ‘황해’(2010) ‘추격자’(2008) 등 소위 ‘센’ 영화 속 ‘센’ 캐릭터를 누구보다 자주 맡아온 김윤석은, “그런 걸(센 영화) 안 해 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양념 없이 담백한 이야기에 끌렸던 것”이라며 “완성된 영화를 보니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극비수사’는 1970년대 부산에서 실제로 벌어진 유괴 사건을 영화화했다. 형사 공길용과 무속인 김중산(유해진)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결국 아이를 살려 집으로 돌려보낸다. 영화를 압축해주는 한 장면. 실적 쌓기에 급급한 동료를 향해 공길용은 소리친다. “범인이 잡고 싶은 거야? 사람을 살려야 할 것 아니야!”

이미 결말이 알려진 이야기. 곽경택 감독은 공길용의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릴러 장르의 긴장감에 인간미를 더했다. 김윤석이 주목한 것도 영화 속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영화 속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장면으로 공길용이 집 안방에 누워 발을 만지면서 아내와 대화를 하고, 발을 만지던 바로 그 손으로 과자를 집어 먹는 장면을 꼽았다.

김윤석이 ‘극비수사’에서 한 연기는 말하자면 소위 말하는 ‘생활 연기’다. 공길용은 극단적으로 조형된 캐릭터가 아니고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그런 평범한 사람의 캐릭터다.

김윤석은 존재감을 발산하는 장르영화의 강렬한 캐릭터와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보통 인간을 모두 오갈 수 있는 몇 안되는 배우다. ‘완득이’(2011) ‘거북이 달린다’(2009) ‘즐거운 인생’(2007)에서 그의 모습을 떠올려 보라.

사건이 점점 미궁에 빠지고,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자 공길용은 낙담한다. 그때 김중산이 다가와 두 글자를 써서 보여준다. ‘소신(所信)’이라는 말이다. 배우 김윤석의 소신이 궁금했다. 그는 “흥행할 수 있는 작품만 하지 않는 것, 역할의 크기와 상관 없이 연기하는 게 나의 소신”이라고 말했다. “꼭 해야만 하는 이야기, 만들어져야 하는 이야기, 좋은 이야기가 있다면 흥행과 역할 크기와 관계 없이 출연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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