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 영 철

“와이 돈 츄 무브?”

귓가에 유창하면서도 기름기를 잔뜩 머금은 영어 한마디가 들려왔다. 

목소리 주인공을 올려다본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큼지막한 치아에 웃음부터 터져 나온다. MBC TV 예능 프로그램 ‘일밤-진짜사나이’에서 돌출된 치아 하나만으로도 우리를 배꼽 잡게 한 주인공, 개그맨 김영철(41)을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미용실에서 만났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예능 스타를 만나기 위해 미용실에서 분장하는 김영철을 따라 자리를 옮기면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올해로 데뷔 17년차인 김영철은 그동안 TV 앞에 앉은 우리를 쉼 없이 웃기려 들었지만, 유명인들의 표정과 목소리를 과장되게 잡아내는 그의 모습에 질색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비호감 예능인의 대표 주자’라는 딱지도 붙었다. 

그랬던 김영철은 지난 2월 MBC TV 예능 ‘무한도전’에서 무심코 던진 응원 한 마디 ‘힘을 내요 슈퍼 파월(power)’로 화제를 모으더니 ‘진짜사나이’에 출연하면서 예능가의 중심에 섰다.

서울예술전문학교 호텔관광통역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 중인 김영철은 ‘대세’만 찍는다는 정보통신기술(IT) 광고를 비롯한 광고도 여러 편 촬영했고 데뷔 이래 처음으로 팬 카페도 생겼다.

◇“비호감 낙인…안 속상했다면 거짓”

거울 앞에 앉은 김영철은 “왜 (제 매력을) 이제야 알아봐 줬을까 싶다”는 담대(?)한 고백으로 수다로 가득찬 인터뷰를 시작했다.

“얼마 전에 승기(가수 이승기)에게 연락이 왔어요. 제게 ‘형은 원래부터 웃겼다’고 말하더라고요. 다른 연예인들은 보통 ‘아니야, 쑥스러워’ 이런 식으로들 반응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승기에게 ‘나 요새 난리도 아니지?’라고 말했어요. (웃음)” 김영철의 자기 자랑이 밉거나 거북살스럽지 않았던 이유는 그 특유의 캐릭터에 익숙해진 덕도 있겠지만, 그가 버텨온 시간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욕도 많이 먹고 비호감 이미지로 굳어지면서 힘들긴 했어요. 속상하지 않았다면 사람이 아니죠.” 그동안 적지 않은 사람이 김영철을 두고 내세울 것이 성대모사와 영어밖에 없는 개그맨이라고 빈정댔다.

1999년 시골에서 갓 올라온 신인 개그맨 김영철을 단박에 스타로 만들었던 것 또한 성대모사였다는 점이 아이러니했다.

그는 이른바 ‘옷로비’ 사건 청문회에 출석했던 전 통일부 장관 부인의 “미안합니다, 몸이 아파서”를 무심코 방송에서 따라 했다가, 각종 일간지에 등장하는 유명인사가 됐다.

김영철은 이후 가수 하춘화와 배우 김희애, 개그맨 이영자 등으로 공략 대상을 넓혔지만, 언젠가부터 성대모사만 우려 먹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영철에게 ‘성대모사가 결국 독이 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독이 됐었죠. 제가 한 성대모사들이 다 강하잖아요. 제 개그 장점이자 단점이 강함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개인기를 안 하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제 스스로 지쳤던 것 같아요.”

김영철은 “올가미에 걸렸다가 거기서 헤어나려고 하다가 돌아보니 이제 그것들이 제 일부가 돼 있었다”면서 “이제 좋든 싫든, 그것들이 김영철이란 사람의 카테고리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진짜 사나이’에 공을…인기 사라져도 괜찮아”

군 입대 체험 프로그램인 MBC TV ‘진짜 사나이’와 김영철의 조합이 이렇게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김영철의 주체할 수 없는 ‘오버’ 유전자는 각 잡히고 긴장감 팽팽한 군대에서 슬그머니 삐져나와 웃음을 유발했다.

“아는 누나가 제게 그러더라고요. 이제 성대모사 안 하고 제 목소리로 말하는 것도 웃기다고요. 누나 말처럼 이제 제 목소리로 웃기는 날이 왔나 봐요.” “강하고 독함만 있었지, 단타를 주는 웃음이 없었다”고 자평했던 김영철의 개그가 이제 달라진 것일까.

김영철은 “데뷔 후 17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제 개그가 조금씩 바뀐 건지, ‘진짜 사나이’가 절 새롭게 만든 건지 모르겠다”면서 “어쨌거나 ‘진짜 사나이’에 정말 공을 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영철이 새삼 인기를 얻은 이유가 단순히 그의 개그만은 아닐 것이다.

주변을 살뜰히 챙기고 팀 분위기를 띄우는 모습과 입만 산 수다쟁이 같다가도 화생방 훈련에서처럼 끈질기게 버티는 모습은 김영철에 대한 호감 지수를 크게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김영철은 이에 대해 “제가 단순히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이유로 중도에 그만둔다면 ‘진짜 사나이’에 출연한 것이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영철은 인터뷰 끝에 절친한 개그맨 강호동을 비롯한 지인들과 함께 최근 시골을 찾았던 일화를 꺼냈다. “제가 거기서 쉴 새 없이 개인기를 하고 있으니 저를 바라보던 강호동 형이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저거 봐, 영철이가 포기를 안 하잖아’라고요. 일주일에 방송 일정이 단 하나밖에 없었을 때는 유학이나 갔다 올까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지만 정말 끝까지 기다리고, 기다렸어요.”

김영철은 “지금이야말로 제 파워가 ‘슈퍼 파월’이 된 것 같다”면서 다시금 잇몸을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순식간에 달아오른 김영철 인기는 생각보다 빨리 꺼질지 모른다.

어느 순간 사람들은 ‘힘을 내요 슈퍼 파월’도 물린다고 말할 테고, 김영철 훈련병의 모습도 서서히 잊을 것이다.

이미 17년을 버텨온 김영철은 여유 있는 답을 내놓았다. “사람들이 저더러 올해 안에 인기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그러죠. 괜찮아요, 그럼 어때요. 8월에 김희애씨가 드라마로 복귀한다는데 흉내 내면 돼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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