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 청주흥덕도서관 사서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공은 받아쳐야만 하고 높이 떠오른 공은 잡아야 하는 야구를 보면 ‘하면 된다’, ‘잘할 수 있어’, ‘조금만 더’라는 완벽과 열심이 미덕인 우리의 일상과 닮아있다.

이러한 당연한 것에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 야구를 하는 바보같은 팀을 이야기 하는 소설이 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시작되는 주인공의 국민학교 시절부터 대학시절, 직장시절 이야기를 야구를 통해 유쾌하게 풀어낸다.

프로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프로야구에 대한 설렘으로 시작되었던 1982년, 주인공은 인천지역의 연고지로 탄생한 삼미 슈퍼스타즈의 열렬한 어린이 팬클럽이 된다. 슈퍼맨 마스코트를 보고 평범한 차림을 하고 있지만 지구를 구할만큼 대단한 능력을 가진 슈퍼맨처럼 삼미가 우승할 것이라는 기대에 부푼다. 하지만 실제로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는 팀이었다. 친구들이 배신을 하고 MBC, OB의 팬이 되었지만 끝까지 팬클럽을 지킨 주인공과 그의 친구 조성훈은 만년 꼴찌에 패배에 관한 모든 기록을 쌓은 뒤 ‘1할 2푼 5리의 승률’을 지닌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삼미의 팬클럽이란 이유로 상처와 패배감으로 얼룩진 유년기를 보낸다.

소속이 인간의 삶을 바꾼다.

삼미의 고별전을 보고 돌아온 고등학생 주인공은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을 담은 소년이 왜 지하철에서 조롱을 받는지 그것은 삼미의 잠바를 입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소속이 인간의 삶을 바꾼다는 것을 깨닫고 일류대학, 일류대기업에 소속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고 자신의 소속을 바꾸는데 성공한다.

삼미를 떠난 그는 행복했을까? 신혼여행에서 읽은 ‘가정을 버려야 직장에서 살아남는다’는 책처럼 살았지만 그 결과로 결혼생활에는 금이 갔고 IMF에 직장생활은 끝이 난다. 이때 대학시절 일본으로 떠났던 친구 조성훈이 나타나고 일본에서 홈리스 생활을 한 그는 역사속으로 사라진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클럽을 다시 결성하자는 황당한 주장을 하게 되고 그 제안을 받아들인 주인공은 삼미의 마지막 팬클럽을 결성한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프로 올스타즈”라는 동호인들과 경기를 하게 되고 그들은 삼미의 플레이를 본받아 말도 안되는 경기를 펼친 후 20:1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팀이 포기를 하며 게임이 끝난다. 그들의 목표는 ‘프로’의 세계에서 ‘치기 힘든 공은 치지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를 복원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야기로 책은 끝이 난다.

평범한 것이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것이 되는 프로의 현실(실로 냉엄하고, 강자만이 살아남고,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하고, 그래서 아름답다고 하는)에서 90%의 평범한 우리들을 프로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한 것은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이겨야하는지 생각하지 않은 채 무조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고 사는 심지어 청년삼포시대라고 불리는 우리의 시절에 박민규 작가는 조약돌을 던져 작은 물결을 일으킨다.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크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고, 필요 이상으로 모으고, 필요 이상으로 몰려 있는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

“시간은 원래 넘쳐 흐르는 것,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라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다. 알고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개그 프로를 보는 것 같이 가볍고도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곱씹어보면 경쟁을 부추기는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풍자를 말하고 있으며 위의 글처럼 진짜 인생을 살라고 우리를 응원해주고 있다.

야구를 좋아해도, 야구에 대해 필자처럼 전혀 몰라도, 그 시대를 지나온 세대가 아니어도 충분히 재미있게 공감하며 읽을만한 책이다. 야구에 관한 소설이지만 보통의 존재인 우리들의 인생에 대한 소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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