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예총 부회장

요즈음 같이 가뭄이 극심한 어느 날, 글만 읽어 세상물정을 알지 못하는 선비가 자기 논둑에 물이 새는 것을 보았다. 황급히 삽을 들고 오더니 물이 새는 곳을 막기 시작했다. 밑에서 새는 구멍을 막으니 막히겠는가? 죽을힘을 다해 했으나 헛수고가 뻔한 것 아닌가? 마침 전답을 둘러보던 그 집 하인이 이 딱한 광경을 목격하고는 논둑 위 논바닥으로 뛰어 들어간다.

선비는 “야 이놈아! 물은 막지 않고 어딜 가느냐?”라고 호통을 친다. 논바닥을 이리저리 훑어보더니 금방 새는 구멍을 찾았다. 그리고 흙 한 삽을 떠서 막으니 금방 해결됐다. 그래서 이를 일러 방기원(防其源)’이라 하는데,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관건(關鍵:문빗장)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필자는 ‘김영란법’을 TV 연속극 나오는 탤런트 김영란과 관계있는 것으로 착각해 쓴 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국민권익위원장이었던 김영란이 추진해 근래에 국회에서 통과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공무원이 100만원이상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적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정작 정치인은 제외하고 공무원에게만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세상에 악법도 이런 악법이 있는가? 부패의 관건은 공무원이 아니라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인데, 정작 당사자는 빼놓고 힘없고 만만한 공무원만 잡는 격이 됐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방기원(防其源)’이 필요하다는 말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관료들의 부정부패 때문에 중국 본토를 잃고 조그만 섬으로 쫓겨난 장개석! 그는 본토 수복을 절치부심(切齒腐心)하며 부패척결을 외쳤다. 그러나 좀처럼 관리들의 기강이 서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둘째 며느리가 관리들로부터 뇌물을 받는다는 소문이 들렸다. 그래서 비밀리에 수사관을 급파해 집안을 수색해 보니 값비싼 보석으로 가득한 보석 상자를 찾았다. 그는 며느리를 불러 함께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그 보석 상자를 돌려주면서 “오늘이 너와 마지막 식사인가 보다! 이 속에 선물이 들어 있으니 집에 가거든 열어 보아라!”라며 돌려보냈다. 그 상자 속에는 권총이 한 자루 들어 있었다. 며느리는 그 총으로 자결을 했다. 그 일이 있은 후 모든 관리들의 기강이 서고, 전 국민의 역량이 하나로 결집돼 오늘의 부강한 대만이 가능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공무원이 음주운전 두 번만 해도 ‘직위해제’시킨다는 보도를 봤다. 힘없는 그들만 닦달하지 말고 법을 제정한 국회의원부터 닦달해야 한다. 누가 그들의 말을 듣겠는가? 공자는 ‘기신정불령이행(其身正不令而行:자기의 몸이 바르면, 아랫사람은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저절로 따른다)라고 했다. 장개석이 그랬듯이, 국가통치의 수장인 대통령을 필두로 국회의원과 장관 등 최고위층의 지도자들부터 그리고 지사나 교육감 군수 등 지방정부의 수장들, 나아가 그들 주변에서 맴도는 친척과 공신(功臣)들! 이들이 바로 부패척결의 관건이다. 그들만 바로서면 불령이행(不令而行:아래는 저절로 따른다)이 된다. ‘방기원’이 절실하다. 이것이 ‘키워드’이자 ‘열쇠’다. 이것이 바로 대문을 여는 ‘문빗장’으로서, 세계 속의 한국으로 비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도 맑은 법! ‘방기원’이 정답이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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