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0주년 맞아 12집 발표 이승철

평균 2년반 만에 1장꼴로 앨범

“지금이 가장 보람있는 순간”

다음달부터 미국 등 월드투어

 

지난 22일 방송된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이승철(49)은 데뷔 60주년을 맞은 80대로 분장하고 무대에 올라 솔로 데뷔곡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를 부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시간 가는 줄 잘 몰랐어요. 막상 30년 후의 제 모습을 상상하며 노래하니 만감이 교차했죠. 먼저 간 (신)해철이, 어머니도 떠올랐어요. 30년 후엔 제가 80대인데 그때 제가 프랭크 시나트라처럼 턱시도 입고 노래하고 있을까란 생각도 들었어요.”

‘보컬의 신’, ‘라이브의 황제’로 불리는 이승철이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그는 30주년을 기념한 12집 발매를 앞두고 최근 강남구 청담동에서 음악감상회에서 열고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슬럼프, 공연서 노래하며 이겨내”

이승철은 1985년 결성된 부활의 1집(1986)으로 데뷔했다. ‘희야’,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부르던 ‘꽃미남’ 이승철의 모습이 새록새록한 음악팬들이 많을 것이다.

1987년 부활 2집 이후 팀을 떠난 그는 1989년까지 윤상·손무현과 그룹 ‘걸프렌드’로 활동했지만 음반을 내진 않았다. 솔로로 나서란 손무현의 권유로 1989년 이승철 1집이 세상에 나왔다.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마지막 나의 모습’, ‘잠도 오지 않는 밤에’ 등 1집의 여러 곡이 큰 사랑을 받았다.

홀로서기의 출발은 순조로웠지만 1990년 2집 이후 대마초 사건에 휘말린 그는 1991 ~1995년 방송 정지 5년을 겪었다. 또 2002년 15년 만에 부활과 재결합해 ‘네버엔딩 스토리’를 크게 히트시키기도 했다.

이승철은 각별한 곡을 꼽아달란 말에 “인생에 굴곡이 많아 재기곡이 많다. 재기곡은 모두 감사한 노래”라고 웃었다.

“‘희야’는 너무 감사한 노래죠.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는 그룹 출신 보컬이 성공할 수 없다는 징크스를 깨 준 곡이고요. 부활에 다시 들어가 부른 ‘네버엔딩 스토리’도 감사하죠. 이런 노래들이 와 닿는데 인생의 굴곡을 함께 한 노래들이 많아요.”

슬럼프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노래로 이겨낼 수 있었다.

“슬럼프일수록 공연을 많이 했어요. 방송 출연을 못할 땐 언더그라운드에서 소극장을 돌며 1주일에 5일간 공연하며 팬들을 만났죠. 노래한 순간이 저 자신을 이겨낸 시간이었어요. 음악 하는 사람은 음악으로 해결해야 해요. 지나고 보니 그래요.”

그렇기에 지난 30년간 기억에 남는 순간도 결국 무대다.

그는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부활의 첫 콘서트,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로 솔로 데뷔를 했을 때,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25주년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돌아봤다.

‘롱런’의 비결은 역시 빼어난 목소리다.

“사람의 목소리가 가장 늦게 노화된다고 해요. 때론 선배들의 노래를 들으며 ‘변했구나’란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전 목 관리를 위한 노력을 좀 해서 목소리가 젊게 들리는 것 같아요.”

30년간 평균 2년반 만에 1장꼴로 앨범을 내며 여느 중견 가수들보다 뜨거운 현역으로 활동한 데 대한 감사함도 크다고 했다.

그는 “가장 보람있는 순간은 지금”이라며 “새 앨범을 내고 기자들과 얘기하는 시간 자체가 큰 보람이자 기쁨이다. 올해 나이가 50세인데 이 나이까지 노래할 거라, 30주년을 맞을 거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자연스럽게 이 시간이 찾아와준 건 선물이다. 이젠 매 순간 감사하며 살아갈 때”라고 강조했다.

◇12집 낸 현재에 감사

12집은 그의 음악적인 고집과 신념의 산물이다. 신인과 기성 작곡가를 가리지 않고 약 200곡을 모아 작곡가 전해성과 엔지니어팀이 50곡을 추렸고 이승철이 그중 편견 없이 8곡을 골랐다. 그랬더니 전해성·신사동호랭이 등 유명 작곡가와 한수지·김유신·4번타자 등 신인의 곡이 5대 5 비율로 섞였다.

선곡뿐 아니라 사운드, 편곡, 창법에 기울인 공은 감탄스러울 정도다. 머라이어 캐리·마이클 잭슨 등과 작업한 캐나다의 스티브 핫지를 비롯해 영국의 댄 패리, 미국의 토니 마세라티 등 3명의 ‘그래미 어워드’ 수상 믹싱 엔지니어들이 참여했다. 토니 마세라티에겐 곡당 6천달러를 지불하는 등 엔지니어 비용만 총 8천만원이 들었다. 그가 직접 전곡을 편곡한 방향에도 음악적인 뿌리와 보컬의 자신감이 드러난다. 최소한의 밴드 구성으로 악기를 배열하고 리프(Riff·반복 악절)를 살린 편곡 덕에 미니멀한 사운드가 보컬의 출중함을 탄탄히 받쳐준다.

그는 “그룹의 냄새를 내고 싶어 기타도 리프 위주의 편곡을 했다”며 “가 태어난 뿌리가 록이어서 평생 그건 못 버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30년에 책임감…“모란봉악단 지휘해보고 싶어”

그는 가수지만 사회적인 행보에도 적극적이다. 아프리카 차드에 학교 짓기를 꾸준히 하고 있고, 지난해 8월 독도에서 탈북청년합창단을 지휘하며 통일송을 발표했고, 각종 기부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엠넷 ‘슈퍼스타 K’의 심사위원으로 원석 발굴에도 나서는 등 가요계 대선배로서의 책임감도 크다.

그는 자신이 조용필 선배를 바라보듯 후배들이 자신을 바라봤을 때 어떤 길을 가야 할지 고민한다고 했다. 정규 앨범이 외면받고 팬덤이 큰 아이돌 가수에 밀려 차트에서 외면받는 서글픈 현실이지만 웬만하면 남들이 가지 않는 힘든 길도 꾸준히 가려는 오기와 욕심이 생긴다는 것이다.

다음달부터는 월드투어에도 나선다. 다음달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9일 애틀랜타·12일 뉴욕에 이어 중국 칭다오·상하이·톈진·베이징, 캐나다 밴쿠버, 호주 시드니 등지에서 공연한다. 오는 9월 5일에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30주년 투어 공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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