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명승부에 홈 경기 매진 행진·원정 관중 동원 2위
선수들 피로도·불펜 부담 이어져 한여름 고비 우려 목소리

▲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지난 17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10회 연장 끝에 밀어내기 득점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사진은 선수들이 환호하는 모습.

KBO 리그에 ‘마리한화’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극적인 승부에 한화이 이른바 ‘마약 야구’의 치명적 중독성이 팬들을 연일 후끈 달구고 있다.

한화는 지난 1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넥센과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홈 경기에서 0대 6 열세를 뒤집고 연장 끝에 7대 6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9회말 김경언의 극적인 동점 홈런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가더니 10회말 강경학이 끝내기 볼넷을 얻어내 대전 홈 팬들을 열광시켰다.

올 시즌 벌써 4번째 끝내기 승리다. 올해 거둔 20승 중 절반이 역전승이다. 그러다 보니 팬들이 구장을 가득 메운다. 마리한화에 단단히 중독됐다. 하지만 중독의 강도에 비례해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잇딴 접전에 선수들의 피로도와 불펜의 부담이 이어져 한여름 이후 고비를 넘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걱정이다.

◇‘환골탈태’ 한화는 이제 전국구 팀이다

올 시즌 한화는 그야말로 환골탈태다. 20승19패 5할 승률 이상 행보가 꽤 오래 지속되고 있다. 지난 6년 동안 5번, 최근 3년 동안 꼴찌를 도맡았던 팀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특히 뒷심이 무섭다. 20승 중 10승이 역전승이다. 특히 경기 후반인 6회 이후 뒤집은 경기가 7경기다. 3점 차 이상 열세를 뒤집은 경기도 7차례다. 어지간한 점수 차로 뒤지는 경기라도 막판까지 알 수 없는 게 요즘 한화 야구다. 여기에 끝내기 승리가 4번이나 된다. 두산과 함께 리그 최다다.

지난해까지는 당하는 게 많았던 역전패가 올해는 2경기 적다. 1~2점 차 박빙 승부에서 13승5패일 정도로 끈질기게 변했다.

지난 17일 경기가 대표적이다. 한화는 넥센에 3회초까지 6점을 내줬다. 예년 같으면 지레 포기했을 경기. 그러나 야금야금 따라붙더니 7~9회 1점씩을 내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이런 한화의 뒷심에 지난해 준우승팀 넥센도 질린 듯 결국 연장 10회말 끝내기 점수를 내줬다. 이 과정에서 마무리 권혁이 타석에 들어서는 진풍경도 벌어져 ‘깨알’ 재미를 줬다.

이러니 팬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한화는 올해 벌써 10번째 홈 만원 관중을 이뤘다. 1만3천명 규모는 다소 적지만 리그 최다 매진이다.

원정 경기 관중 동원도 전국구 인기팀 KIA에 이어 2위다.

한화 팬뿐만이 아니다. 다른 팀 팬들도 한화의 올 시즌 행보에 중독 양상을 보인다. 자신이 원래 응원하던 팀 외에 다른 팀을 고르라면 한화가 절대적이다. 만년 꼴찌팀이 얼마나 변신할지가 관심인 것이다. 중계 시청률에서도 상위권이다.

팬들은 자신의 응원팀 경기가 끝나면 한화 경기를 본다. 특히 경기 시간이 긴 한화는 후반 포털 사이트 중계 시청 인원이 급증한다. 연이은 명승부에 접속 인원이 30만을 훌쩍 넘겨 한국시리즈(KS)를 방불케 하기도 했다. ‘마리한화’의 치명적 중독성이다.

◇허약한 선발진에 환각의 유혹은 더 커지고…

하지만 그만큼 치명적인 후유증이 도사리고 있다. 한화가 잇딴 선전을 펼치고 있지만 내일을 알 수 없는 승부에 언제 침체를 맞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다.

무엇보다 선발진이 무너진 게 한화의 위기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사실 한화 ‘마약 야구’의 이면에는 선발진 붕괴가 자리잡고 있다. 경기 초반 마운드가 버티지 못하는 가운데 끈질긴 타선과 불펜진의 헌신으로 역전승을 잇따라 거두고 있는 것이다.

한화는 선발진 평균자책점(ERA)이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유일하게 6점대다. 신생팀 케이티(5.74)보다 못하다. 다만 불펜진 ERA는 4.05로 5위다.(위 표 참조)

선발진과 불펜진 ERA 마진이 유일하게 2점대다. 무너진 선발과 경기를 구원 투수들이 근근히 버텨주고 있는 형국이다.

기록에서 보듯 이닝이 많은 선발진은 불펜보다 ERA가 높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화는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선발 투수의 소화 이닝이 적다는 게 더 큰 문제다. 한화는 지난 17일까지 선발진이 165이닝을 던졌다. 평균 4⅓이닝, 리그 최하위 수준이다. 5이닝을 책임지지 못하니 불펜들이 더 던져야 한다. 한화 불펜은 184⅔이닝을 부담했다. 선발보다 더 많이 던지는 불펜은 한화뿐이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속설처럼 마운드가 이대로 가다가는 일시에 붕괴될 수 있다. 선발보다 불펜 투구 등 부담이 큰 구원진이 무너질 수 있는 까닭이다. ‘마리한화’의 환각에 취해 자칫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김성근 감독이 내일이 없는 야구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적잖은 전문가들이 “한화가 지금처럼 포스트시즌식 행보를 계속한다면 한여름 이후 중대한 고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맞는 부분도 있지만 만년 하위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파격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많다. 예년처럼 가다가는 또 다시 하위권으로 처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화의 ‘마약 야구’가 부작용 없는 명약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수 교체 등 선발진 안정화 방안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아니면 치명적 중독성에 못지 않는 후유증이 더 오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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