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데뷔 후 네번째 작품...유린타운, 8월 2일까지 공연

“새벽부터 성악발성 연습해요”

지난달 복면가왕 출연해 호평

“뮤지컬 배우로 책임감 늘어”

 

지난달 28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뮤지컬 ‘유린타운’ 쇼케이스에서 가수 겸 뮤지컬배우 아이비(33)에게 새삼 놀랐다.

평소 듣지 못한 성악 창법 때문이다. 단출하지만 풍성한 사운드의 ‘유린타운’ 넘버들은 배우들의 앙상블이 돋보이는데 특히 성악 발성으로 이뤄져 부르기 만만치 않다.

최근 만난 아이비는 “아이비도 저런 소리를 낼 수 있구나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이를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 지쳤을 법도 한데 특유의 밝은 목소리로 “새벽까지 성악발성연습을 하고 있다”고 웃었다. ‘유혹의 소나타’ ‘아이 댄스’ 등의 댄스곡으로 잘 알려졌으나 아이비는 발라드에도 일가견이 있다. 지난달 MBC TV ‘복면가왕’에서 가면을 쓰고 박정현의 ‘나의 하루’를 불러 호평 받은 것이 보기다.

“성악 창법을 배우기 위해 개인 레슨도 받았어요. 단지 목을 쓰는 게 아니더라고요. 특히 발음으로 소리의 위치를 잡는 걸 배웠어요. 예컨대 ‘도’ 음에서 ‘시’ 음으로 심한 도약을 할 때 입 모양과 혀 모양으로 소리 위치를 잡아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진성에서 가성으로 넘어갈 때 도약이 심하면 음 이탈을 할 수 있는데, 성악 발성은 이탈 없이 음을 잡아줄 수 있더라고요.”

‘유린타운’은 이처럼 아이비가 공부를 하게끔 만들었다. 캐릭터 분석 역시 마찬가지다. 주인공 ‘호프 클로드웰’을 맡았는데, 지고지순한 여인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투쟁을 선동하는 캐릭터다. 아울러 너무 순수해 백치처럼 보이는데, 교육을 잘 받은 지적인 면모도 부각시켜야 한다.

“남자 주인공인 ‘바비 스트롱’과 처음 사랑에 빠질 때 정말 순수하게 표현해야 해요. 근데 그 첫 느낌을 잃어버려서 힘들었죠(웃음). 첫 스킨십을 한 뒤 그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을 표현해야 하는데 고민을 많이 했어요. 대본에 없는 딸꾹질을 떠올리게 됐죠.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호프를 ‘아이비화’하면서 디테일을 잡아가니까 재미가 있더라고요.”

2010년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로 데뷔한 이래 ‘시카고’ ‘고스트’를 거쳐 이번이 네 번째 작품이다. 이제 확실히 뮤지컬배우로 자리매김한 아이비가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앙상블 때문이다. 주로 솔로 가수로 활동해온 그녀에게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는 뮤지컬은 끊임없는 배움과 공동체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원체 밝고 긍정적인 아이비라 뮤지컬배우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릴 수 있었다.

특히 ‘유린타운’은 다른 뮤지컬보다 출연하는 배우들의 평균나이가 다소 많은 서른 중반이다. 막내의 나이도 무려(?!) 스물여덟이다. 아이비가 출연한 모든 작품에 출연하며 그녀와 뮤지컬계 찰떡궁합으로 떠오른 뮤지컬배우 최정원을 비롯해 2002년 국내 초연멤버였던 배우 성기윤, 이경미, 이동근 등 뮤지컬계 버팀목들이 총출동한다.

“연습 내내 배려심이 넘쳐요. 앙상블이라는 것이 참 아름답다고 느끼죠. 뮤지컬이라는 게 절대 혼자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특히 ‘유린타운’ 내내 웃음이 넘쳐요. 웃느라 정신 없죠. 복근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 복근이 생길 정도로요.(웃음)”

10년만에 재공연하는 라이선스 뮤지컬 ‘유린타운’이 눈길을 끄는 점 중 하나는 국내에서 드문, 세태풍자 블랙 코미디라는 점. 물 부족에 시달리는 가상의 마을이 배경이다. ‘유린 타운(Urine Town)’은 우리말로 표현하면 ‘오줌 마을’이다. ‘유료 화장실 사용권’을 둘러싸고 이익을 취하려는 독점 기업 ‘쾌변 주식회사’와 가난한 군중들이 대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사실 처음에는 호프의 대사에 적응이 안 됐어요. 여성 운동가 또는 대통령이 된 것처럼 연설하는 장면이 있어요. 굉장히 긴 대사인데, 학교 때 반장도 안 해봤으니 힘든 게 당연하죠.(웃음) 지금은 자신감이 좀 붙어서 재미가 있네요.”

호프와 아이비의 닮은 점은 사회에 대해 생각한다는 점. 특히 아이비가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만한 사람은 안다. 호프처럼 거창한 구호를 외치지 않지만 일상에서 실천을 강조한다.

뮤지컬배우 아이비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책임감이 늘었다. 지난해 ‘시카고’의 ‘록시 하트’를 원캐스트로 연기하면서 “아이비는 록시”라는 등식을 만들기도 한 그녀는 “이제 건강에 많이 신경을 쓰게 됐다”고 했다. “책임감이 많이 생긴 거죠. 뮤지컬관람이 사실 고가의 문화 생활이잖아요. 특별한 날에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적어도 (체력 관리를 못 하거나 아파서) 작품이나 관객분들에게 누가 되고 싶지 않아요.” 밝고 순수한 아이비는 어느덧 ‘유린타운’의 호프가 돼 있었다.

공연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오는 8월 2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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