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간신, 주지훈 간신 임숭재·김강우 연산군역 맡아

영화 ‘간신’(감독 민규동)은 판소리 내레이션으로 서막을 연다.

구성진 가락속에 또렷한 색채의 화면이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흘러가며 연산군의 폭정을 요약해 보여준다. 정통 사극에서 따온 소재와 요소를 현대적 스타일로 풀어내는 서막은 영화의 스타일을 집결해 보여주는 장면이다.

‘간신’은 연산군이 채홍사(採紅使)를 파견해 팔도의 미인을 끌어모으고 이 미인을 흥청(興靑)이라 불러 패망의 길을 걸으면서 흥청망청(興淸亡淸)이라는 말이 생겨났다는 이야기를 바탕에 깔고 있다.

출발이 그러하니 영화에는 색이 넘쳐난다.

여인들이 왕에게 간택되려 방중술을 익히고, 왕은 아버지 손에 어머니를 잃은 트라우마를 극복하려 춘화를 그리고, 여인들은 속이 다 드러나는 저고리를 입고 궐을 누비고 검무를 춘다.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당황할 만큼 꽤 요염한 장면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영화의 쓰임이 오로지 ‘볼거리’라면 성공적일 수 있겠지만, 권력의 위험한 욕망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영화로서 ‘간신’의 문제는 그다음이다.

‘간신’은 임숭재라는 욕망의 화신을 다리로 삼아 많은 인물의 서로 다른 욕망에 손을 뻗는다. 출생의 콤플렉스를 이기지 못한 임금, 임금의 상처를 이용해 출세를 꾀하는 간신, 권력자에 기생하는 또 다른 간신, 권력을 놓칠까 전전긍긍하는 후궁, 비밀을 간직한 채 궁으로 향하는 백정의 딸, 신분 상승을 꿈꾸는 기생, 이렇게 나열해도 아직 남은 수많은 인물이 등장해 저마다 품은 욕망과 한을 한껏 분출한다.

이야기는 행여 고삐를 늦출세라 폭군의 행적 그대로 폭주한다. 이 많은 인물을 한데 끌어안고 달리는 게 아니라 휩쓸고 지나가는 것에 가깝다. 얽히고 설킨 인물들의 사연을 한번씩 짚어주느라 흐름이 끊기기도 한다.

조금 더 가리고 조금 더 덜어냄으로써 맛을 더 또렷하게 살려내는 전략이 아쉽다.

주지훈이 간신 임숭재를, 김강우가 연산군을, 천호진이 임숭재의 아버지 임사홍을 연기했다.

임지연은 비밀의 여인 단희 역을, 이유영은 단희와 대결하는 기생 설중매 역을, 차지연은 장녹수 역을 맡았다. 오는 21일 개봉. 131분. 청소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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