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는 인류문명의 획기적인 신기루를 던져 주었지만 이 책이 전해주려는 상생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직지’ 내용은 세간에 전해지지 않았다. 필자를 비롯한 몇몇 학자와 스님들에 의해 최근까지 십여 종의 한글 번역본이 나와 이제는 일반인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직지’의  본래 뜻은 “참선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보면, 마음의 본성이 곧 부처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이며, 이는 즉 “내 마음을 알면 곧 그 마음이 부처이다”라고 간략하게 표현할 수 있다. 그 이름도 다양해 ‘직지심경(直指心經)’이라고도 불렸는데 학자들은 경전(經典)이 아니라서 ‘경(經)’자를 붙일 수 없다고 한다.

이 책이 ‘직지심경’으로 책이름이 된 사연은 1972년도에 프랑스국립도서관 사서였던 고 박병선 박사가 책전시회 출품목록을 작성하면서 책 중간쯤에 끼워져 있던 백지 쪽지에 직지심경(直指心經)이라 쓰인 것을 사용하면서 부터이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서근(書根:선장본 책을 찾기 편하게 하기 위해 밑부분에 쓴 서명) 3분의 1우측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하 직지심경(下 直指心經) 이라고 묵제(墨題:먹으로 쓴 책이름)로 쓰여 있는 것은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고서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서근의 묵제는 처음부터 쓰지 않고 장서검색의 편리를 위해 후대에 와서 사용된 사례로 본다면, ‘직지심경’ 책이름은 간행 당시의 묵서보다는 후대 또는 프랑스로 유출된 1900년대 이후에 프랑스국립도서관측에 의해 쓰여진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옛 문헌을 찾아보니 심경(心經)이란 뜻은 경전을 뜻하기도 하지만 지침서 또는 지름길이란 의미도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불가에서는 오히려 ‘직지심경’이라고 사용하고 있어 이 책이름은 ‘내 마음의 부처를 찾는 지름길’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진덕수의 ‘심경’은 원나라 시대에 와서 정민정(程敏政)이 이들 주석이 너무 소략하고 잡박하다 하여 대폭 보완해 ‘심경부주(心經附註)’를 간행했다. 이 확장본이 조선에 유통되어 중국보다 조선에서 더욱 활기를 띄어 퇴계 이황의 경우 60대 이후에는 주로 이것을 강의하곤 했으며, 영조도 경연에서 진강(進講)을 통해 신하들과 마음을 다스리는 법에 대해 토론했다. ‘직지’가 고려인의 마음을 깨치는 지침서였다면 ‘심경’은 조선 선비의 마음을 해독하는 비밀 코드의 지름길로써 ‘심경’이란 같은 의미를 지닌 마음 수양 연구의 책이다. 또한 이 두 책은 현대 심리학에서 보면 불교와 유학이라는 철학이나 종교적 차원을 넘어 ‘마음’ 또는 ‘자아(自我)’와 관련지어 그 의미를 새롭게 해명한 것이라고 본다.

참 부처님은 오신 바도 없고 가신 바도 없다. 자기 참 모습을 알면 이것이 바로 부처요. 모르면 범부인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의 본래 성품을 모른 채 허상을 찾아 다닌다. 부처님이나 성현이 오신 뜻은 수행과 공부를 통해 자신의 참 모습을 찾는 것이다. 자신의 참모습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진 수행 끝에 바른 눈(正眼)이 열려야 한다.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욕망과 허상을 벗어나 참 나(眞我)를 밝히는 꾸준한 연마로 지혜를 얻으면 바로 참된 삶의 표지판이 보인다. 바른 심경에서 참된 나를 찾아 어진 마음의 고향에 이르면 지혜와 자비를 갖추게 되고 밝은 소통사회의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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