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충북예술고 교사

콩쥐팥쥐와 신데렐라 공주 얘기는 우리나라와 유럽에서 나온 이야기인데도 이야기기 똑같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야기도 페르시아에 똑같은 형태로 전해옵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둘 중의 하나입니다.

아득한 옛날에 지구 반대편까지 서로 교류가 있었거나, 아니면 우연히 똑같은 이야기가 이곳과 저곳에서 생겨났거나. 어느 쪽일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옛날에 지구 반대편가지 문화 교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이 동일한 이야기를 설명하는 그럴 듯한 가정이 아닐까요?

더 놀라운 건 무덤에서 발굴되는 유물입니다. 2000년 전의 신라 무덤에서 페르시아의 유리  잔이 출토됩니다. 지금의 중동이나 로마와 극동의 한 구석에 치우쳐있는 한반도에서 똑같은 물건이 출토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 당시만 해도 교류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이런 광범위한 교류가 시작된 것일까요?

이런 의문에 처음으로 그럴 듯한 설명을 해준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지금은 학문에도 융합이라는 말이 붙어 갈래가 다른 학문이 서로 합쳐야만 새로운 사실을 본다고 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학문의 갈래가 확연히 갈라져서 서로 딴 길처럼 가던 1970년대에 이런 학문을 하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이 놀라운 일입니다.

박시인은 이 책에서 동북아시아의 옛 기록을 검토하기 시작하여 세계 여러 민족의 신화까지 분석하여 그들간에 광범위한 교류가 있었음을 잡아냅니다. 그런 변화의 기틀은 1만년 전의 말 사육으로부터 비롯됩니다. 말을 타고 이동함으로써 인류는 대규모 이동과 함께 먼 거리까지 손쉽게 이동합니다. 이런 이동을 바탕으로 신화와 전설이 전세계로 번져가고 풍속과 문화가 세상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교류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고대 문헌과 고고학 그리고 신화학까지 총동원하여 분석하고 밝혀냅니다. 특히 각국의 신화를 분석하는 데는 놀라운 바가 있습니다. 지금이야 언어연구도 많이 돼서 괜찮지만, 1970년대에 동양삼국의 신화를 비교하여 그들 사이의 공통점을 찾아내고 그를 바탕으로 동북아시아의 역사를 교류라는 관점으로 밝힌 것은 정말 위대한 업적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너무 앞서 갔는지 학계에서는 주류에 끼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이후에도 이런 학문은 나타나지 않다가 문화인류학과 고미술사학 같은 학과가 개설되면서 비로소 이와 유사한 연구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이 책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유목민족의 이동경로입니다. 시베리아 벌판과 몽골 초원을 중심으로 수많은 유목민족이 출현하면서 동북아시아 역사의 판도가 뒤바뀝니다. 그래서 유목민들의 이동이 주목을 받습니다. 한국사 초기의 경우에도 수많은 유목민들이 한반도로 유입되면서 새로운 왕조가 탄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파동이 일본까지 밀려들죠. 그래서 이 기마민족이 도래함으로써 일본 왕조가 탄생한다는 기마민족 이동설까지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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