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철 충북대학교 겸임교수

중간고사 시험결과를 보니 마음이 뿌듯하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시험성적이 잘 나왔기 때문이다. 경제학을 공부하다 보면 어려운 용어와 공식이 생각보다 많다. 게다가 많은 그래프를 이용하여 경제현상을 설명하고 있어 이해하기가 쉬운 학문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시험을 통해 알게 되니 괜스레 내가 시험을 잘 본 학생처럼 기쁘다.

그러나 몇몇 학생들의 성적은 너무나 형편없어 화가 난다. 강의 때마다 “이런 내용은 중요하니 특별히 표시했다가 시험 볼 때 더 집중적으로 공부하라”고 했건만 조금도 신경을 안 쓴 것이다. 그 뿐인가 4가지 중 하나를 고르는 선택형문제까지도 다 틀린 학생도 있어 경제학공부 자체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마음까지 든다.

새벽마다 교회에 가서 기도할때 “저에게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도록 지혜를 주시고 학생들을 친자식처럼 아낄 수 있는 따스한 가슴을 주십시오”라는 기도를 하건만 아직도 나의 기도가 부족한 모양이다.

“여러분! 얼마 전에 인터넷을 검색하다 ‘7포시대’라는 새로운 용어를 보았습니다. ‘3포시대’ 또 ‘5포시대’라는 용어는 자주 들었지만 ‘7포시대’는 처음이라 주의 깊게 읽어 보았습니다.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이런 신조어는 누가 만들었는지 현 사회를 너무나 잘 대변하고 있어 박수을 쳐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7포시대와 경제’라는 제목으로 여러분과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점심시간 이후라 서서히 눈꺼풀과의 전쟁이 시작될 즈음에 내가 새로운 제안을 하자 학생들은 눈이 번쩍 뜨이는지 이 곳 저 곳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우선 7포시대가 무엇인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요사이 젊은이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을 포기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요?”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여기저기서 답변이 나왔다. 한 여학생은 사회구조가 기성세대와 남성위주로 이루어져서 그렇다고 했고, 금년 초에 제대한 한 남학생은 청년들을 위한 정책보다는 노인을 위한 정책이 우선되어서 그렇다고 했다, 이밖에도 많은 답변이 나왔지만 학생들로부터 가장 공감대를 형성한 답변은 ‘취업이 어려워서’였다.

언제부터인가 대학이 학문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터전이 아니라 졸업 후 직장을 찾기 위한 독서실이요 학원이 돼 버렸다. 취업이 제대로 안 되는 학과는 폐과하는 학교도 있어 학생들과의 마찰이 가끔 언론에 비춰지기도 한다. 참 슬픈 현실이다. 어찌 학문을 돈으로 계산하고 취업으로 우열을 가릴 수 있겠는가?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젊은이들에게 미안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공범이 되어 그들에게서 꿈과 희망까지 포기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숨이 막히고 식은땀이 흐른다.

한 시간 동안의 열띤 토론을 맺으며 학생들에게 한 말은 간단했다. “여러분! 포기하지 마십시오. 왜냐면 여러분은 우리의 꿈이요,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