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의 연대기’ 손현주

배우 손현주의 외모에는 우리 아버지, 형을 떠오르게 하는 평범한 ‘가장’으로서의 느낌이 있다. 그러나 손현주가 최근 출연한 작품 명단은 평범하지 않다.

TV드라마 ‘추적자’로 전국에 명품 스릴러 열풍을 일으켰고 영화 ‘숨바꼭질’로 560만명 깜짝 흥행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에는 ‘악의 연대기’(감독 백운학)로 관객과 만나고, 현재 미스터리 스릴러 ‘더 폰’을 찍고 있다.

손현주에게 스릴러 감독과 제작자들이 끊임없이 그를 선택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외모가 평범해서 그렇다”며 웃었다. 그는 “평범한 외모가 그림 그리기 좋지 않으냐”며 “숙제도, 답도 시나리오에 있는데 배우가 뭘 더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설명했다.

그는 평범한 인상이 배우로서 아쉬운 적은 없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적은 없었다”고 잘라 말하며 “조각 같은 외모였다면 ‘폼’을 잡았을 텐데, 나는 태생이 ‘폼’ 잡는 거랑은 다른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런 답변은 일차적으로는 연기 25년차 배우의 겸허함에서 나온 것이지만 대본을 분석한다기보다 배역을 통째로 몸에 입는 실제 그의 연기스타일에 어울리는 것이기도 하다.

‘악의 연대기’에서도 손현주의 그런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매력을 대번에 눈치 챌 수 있다.

얼떨결에 저지른 살인을 덮으려 안간힘을 쓰는 형사 최창식 역을 맡은 그는 비밀이 폭로될까 불안에 떨면서도 존경받는 선배이자 한때 순수한 열정을 가졌던 경찰관으로서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하는 인물을 깊게 연기해냈다. 손현주는 동료 배우들은 모르는 자신만의 비밀을 안은 상태였기에 이번 촬영 기간 내내 외롭고 괴로웠다고 했다. 인물이 숨기려는 비밀을 배우 자신의 비밀로 생각했다는 뜻이다.

그는 “너무 많이 드러내면 들통나고, 너무 드러내지 않으면 맛이 없고… 비밀은 비밀이고, 생활은 생활이고… 그 선을 넘지 않아야 했다”며 “거기서 오는 혼란이 심했다”고 설명했다.

한 장면을 촬영할 때는 좌절, 고통, 분노, 슬픔을 비롯한 8가지 감정을 담은 연기를 얼굴에 바짝 클로즈업해서 잡을 테니 움직이지 말고 표현해 보라”는 감독의 요구에 “그럼 감독님이 직접 한번 해보세요”라고 한 적도 있었다며 웃었다.

손현주는 후반부 대본을 애써 외면하면서 촬영했다고도 했다. 주인공이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모르는 게 영화에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최근 몇년간 계속 스릴러물을 하게 된 데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람에게는 때가 있지 않나”며 “한동안 ‘바람피우는 남편’, ‘처가살이하는 남자’를 할 때가 있었고 지금은 스릴러를 하는 때인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 다시 드라마로, 연극으로 갈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25년 연기 활동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도 손현주는 외도하는 남편으로 나온 드라마 ‘장밋빛 인생’과 스릴러 대표작이라 할 만한 ‘추적자’를 꼽는다.

그는 “‘장밋빛 인생’을 하고 함께 연기한 최진실씨를 가슴 아프게 보냈고,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이지만 아버지이므로 거대한 권력과 싸워야만 하는 ‘추적자’라는 드라마를 했다”며 “아직도 그 드라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고향인 대학로 연극 무대로 돌아가고 싶은 꿈은 크다.

그는 “연극을 하고 있는 동료들이 있기에 방송, 영화를 하고 있으면서 연극으로 돌아간다는 일이 조심스럽다”며 “편안하고 가볍고 조심스럽게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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