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진시황(秦始皇)이 죽자 사방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반란군 세력은 점차 강해졌지만 정부군 세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진(秦)나라의 장군 장한(章邯)은 반란군 항량(項梁)을 죽이고 그 기세를 몰아 반란세력의 거점인 조(趙)나라를 포위했다. 조나라는 긴급히 초(楚)나라에 구원을 요청하였다. 초나라는 송의를 상장군으로 항우(項羽)를 차장으로 삼아 5만 병력을 조나라로 출병시켰다.

송의가 이끄는 초나라 군대는 천천히 46일째 행군하고 있었다. 그러자 성질 급한 항우가 송의에게 무례하게 따져 물었다.

“빨리 강을 건너 진나라를 공격하고 조나라를 구원해야 할 것 아닙니까? 언제까지 이렇게 걷기만 할 겁니까?”

그러자 송의가 엄한 표정으로 항우를 노려보며 말했다.

“진나라 군사들이 지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니 차장은 감히 서두르지 마시오.”

그러면서 항우를 업신여기는 말을 내뱉었다.

“무기를 들고 싸우는 일은 그대가 뛰어나겠지만, 전략을 세우는 일에 있어서는 결코 나를 이기지 못할 것이오.”

그 순간 항우는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마침 때는 겨울이라 병사들은 추위와 굶주림에 고생이 심했다. 그러나 송의는 병사들의 그런 고생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더구나 자신의 아들 송양이 멀리 벼슬자리로 떠나자 성대한 송별회를 여는 등 자신의 안락만을 추구하고 있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항우는 다음날 아침 일찍 송의의 상장군 막사로 찾아갔다. 송의가 말했다.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로 찾아온 거요?”

그러자 항우가 바로 칼을 뽑아 들고 송의의 목을 내리치며 말했다.

“비겁한 네 놈을 베어버리려고 왔다!” 그렇게 송의는 항우의 단 칼에 목이 달아나고 말았다. 이어 항우는 곧바로 전군에 출동을 명했다. 군사들은 겁에 질려 감히 누구도 지체하지 못했다. 항우는 이 사실을 초나라 왕에게 보고했고, 초나라 왕은 별다른 의의 없이 항우를 상장군에 임명하여 군대를 맡겼다.

전군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자 조나라 땅에 이르렀다. 이때 항우가 결의에 찬 목소리로 명했다. 

“우리가 타고 온 저 배들은 모두 불태워 버려라. 그리고 식사를 마치면 모든 병사들은 각자 3일치 양식만을 지니고 모든 솥단지는 깨버려라. 이제 우리에게 전진만이 있을 뿐이다. 살고자 한다면 저 진나라의 괴수들을 무질러야 할 것이다!”

그렇게 생사의 결의를 하고 초나라 군대는 무려 아홉차례나 진나라 군대와 승부를 겨루었다. 공방전은 치열했고 두 진영이 한 치의 양보가 없었다. 마침 조나라를 구원하기 위해 여러 제후들이 근처에 진을 치고 있었지만 항우의 군대가 어떤지 구경만 하고 있었다.

마침내 항우의 군사들이 결사항전으로 천지를 진동하는 함성을 지르며 진나라 군대를 무찔렀다. 관망하던 여러 제후들이 그 기세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투에서 승리한 항우가 제후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모든 제후들이 도열한 자리에 드디어 항우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러자 모두들 무릎을 꿇고 벌벌 떨며 감히 항우를 쳐다보는 자가 없었다. 이 전투에서 승리한 항우는 이후 패권을 쥐고 천하를 호령했다.

파부침주(破釜沈舟)란 결사항전을 위하여 타고 온 배를 가라앉히고 사용하던 솥을 깨뜨린다는 뜻이다. 이는 ‘사기(史記) 항우본기’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코앞에 닥쳤다. 여야 보수만이 판치는 선거이니 국민들이 흥미가 있을 까닭이 없다. 그런 와중에 정동영과 천정배가 관심을 끄는 것은 파부침주의 결사항전이기 때문이다. 이 둘의 결과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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