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은 유권자힘으로]- 선거풍토를 바꾸자

한국정치 풍토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돈’선거다.

돈을 써서 당선된 후 그만큼 거둬들이다 너무 무리를 해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 정치인들이 최근 검찰의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흔히 보이고 있다.

그런 정치인들을 바라보며 욕을 하다가도 ‘누구는 모 후보로부터 무엇을 받았다’는 소리를 듣고 서운해하는 것이 유권자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정치권에 도는 말 가운데 대학입시 ‘3당4락’ 비슷한 ‘30당20락’이 있다.

20억원을 쓰면 낙선하고 30억원을 써야 당선된다는 뜻이다.

돈 쓰는 것을 당연시하는 한국정치 후진성을 대변하는 말이다.

예전같이 중앙당에서 공천자를 일방적으로 찍어 내리는 하향식 공천을 했을 때도 본선에서 돈을 물쓰듯했으나 최근들어 상향식 공천의 당내 경선이라는 중간고개가 생겨 돈에 대한 후보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지난 2002년 6월13일 치러진 4회 전국지방동시선거에서 당선된 충북지역 모 단체장이 당내 경선 때 대의원들을 상대로 돈을 뿌린 사실이 드러나 사법처리 받고 당선 자체가 무효 처리돼 지난해 10월 다시 재선거가 치러졌다.

돈으로 표를 샀다가 몰락한 신세가 된 것이다.

해당지역 유권자 입장에선 불법이 판쳤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은 것이고 지역 전체로 보면 수장 공석 기간만큼 행정공백으로 피해를 본 셈이다.

지난 23일에는 한 출마예정자가 지난해 11월 초 보은군 한 지역 마을회관을 방문했을 때 그 곳에서 화투를 치고 있던 노인들에게 1만원씩의 쌈짓돈을 준 것이 선관위에 적발돼 검찰에 수사의뢰됐다.

이같은 폐해를 없애기 위해 정치권이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당선’이라는 목표 앞에선 무기력한 후보 개개인이 문제다. 그 이면에는 선거 때마다 날뛰는 ‘브로커’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떼로 몰려다니면서 후보자들게 기생하며 돈을 쓰도록 부추긴다.

누구는 어떠하더라는 거짓 소식을 전해 후보자가 잔뜩 긴장하도록 한 후 돈으로 막자고 유도, 결국 돈선거를 만드는 것이다.

선거가 끝난 후엔 인건비 지급 문제 등으로 분란이 일기도 한다.

2002년 4?3총선 선거운동을 도왔던 한 지역 인사는 “고지를 눈앞에 두고 옆에서 돈 몇푼 더 쓰면 당선된다고 말하는 데 안 쓸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선거 막바지에는 하룻밤에 10억원을 쓰는 경우도 봤다”고 전했다.

그는 “아무리 선거를 깨끗하게 치른다 해도 한국 정치 풍토에서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손을 내미는 사람이 있는 이상 돈 선거는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 선거 때 누가 밥을 산다고 아무 생각 없이 얻어먹었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쉽상이다.

선거법에 ‘금품·음식물 등을 제공받은 자에 대한 50배 과태료’ 조항이 신설됨에 따라 특정후보 진영이 사는 5천원짜리 설렁탕 한 그릇 먹었다가 적발되면 25만원을 물어내야 한다.

신고하는 사람은 철저히 익명을 보장받고, 최대 1천만원까지 포상금을 받기 때문에 도처에 감시의 눈초리가 지켜보고 있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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