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웅’으로 돌아온 정성화

“뮤지컬 ‘영웅’을 올해 다시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꼭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예전과는 다른 영웅을 보여 드리고 싶었거든요.”

다음달 4일 개막하는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의사 역으로 3년 만에 돌아오는 뮤지컬 배우 정성화(40)는 “지난 시간 저도 성장했고, ‘정성화의 영웅’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조금 늘어난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의거 100주년을 맞아 2009년 초연한 대작이다. 1909년 안 의사가 하얼빈 기차역에서 일제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거사를 중심으로 안 의사의 일대기를 극적이면서도 장엄한 무대와 아름다운 음악에 담아내 갈채를 받았다.

2007년 ‘맨 오브 라만차’에서 조승우와 함께 돈키호테 역으로 캐스팅되면서 가창력과 연기력을 인정받은 정성화는 ‘영웅’ 초연으로 한국뮤지컬대상을 비롯해 각종 뮤지컬상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2010년 재공연, 2011년 브로드웨이 공연, 2011∼2012년 세번째 시즌까지 내리 출연했다.

‘영웅’으로 뮤지컬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힌 그는 이후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카지’에서 동성애자인 ‘남자 엄마’ ‘앨빈’으로, 영국에서 초연한지 27년만에 한국에서 정식 공연한 ‘레 미제라블’에서 ‘장발장’으로 활약하며 한국 대표 뮤지컬 배우로 우뚝 섰다.

최근 연습이 한창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공연장에서 만난 정성화는 “3년 만에 다시 하는데 그전보다 훨씬 부담된다”며 “그 사이 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는데, 그것을 채우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전보다 더 진중하게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기대를 하고 온 관객들이 ‘정성화 생각보다 별로인데’ 하지 않으려면 전보다 더 많이 연습하고 더 성실하게 해야겠죠. 좀 더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4개월간 매달려온 ‘라카지’가 지난 8일 끝나 고작 일주일을 쉬고 지난 16일부터 ‘영웅’ 연습을 시작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이다. 비는 시간에는 집 앞 연습실에서 또 연습한다.

정성화는 이번에 노래와 연기 모두에서 한층 원숙해진 ‘영웅’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레 미제라블’을 하면서 성악 지도를 받기 시작해 창법을 바꿨고, 무대 언어 표현도 더 노련해졌다. 지금은 안중근 의사 평전을 다시 꺼내 읽고 있다.

“노래는 이전보다 듣기 편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안 의사의 모습을 그냥 멋지게만 표현하려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의 진실성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둘 거에요. 그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 사람이 되는 거죠. 그러려면 당시 시대적 배경을 상당히 이해하고 공부해야 해요.”

그가 이번 공연에 어느 때보다 기대를 거는 것은 음악이다. 그가 이번 무대에 끌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전 공연에서는 녹음 반주를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오케스트라가 라이브로 연주한다.

“일단 지휘자가 있으면 음악의 호흡이 보여서 배우도 감정과 호흡을 맞춰가기가 쉽죠. 그러면 관객의 눈에도 음악의 역동성과 감각적인 면이 살아나는 것이 보이거든요.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들을 때와 실제 연주를 직접 들을 때는 감동이 다르고요. 이전에도 녹음된 음악으로 공연장을 채운다는 것이 아쉬웠는데 이번에 라이브로 연주한다고 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정성화는 작품을 할 때 연기나 노래뿐 아니라 연출 등 제작과 관련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제 뮤지컬 데뷔 10년을 넘겼고, 그의 나이도 40대에 접어들었다.

그 사이 뮤지컬계에서 그의 입지도 일을 대하는 그의 태도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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