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에 연극 출연 노주현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배우 노주현(69)은 “모리 교수보다 내 이미지가 좀 더 엄격하다”고 말했다. “모리 교수는 나보다 좀 더 부드러운 분이지만 그의 캐릭터를 흉내내기 보다 카리스마를 더할 것”이라며 눈을 빛냈다.

연극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모리 교수를 연기하는 그의 포부다. 미국 작가 미치 앨봄(56)의 동명 논픽션이 바탕이다. 1997년 출간, 1998년 국내 번역·출간됐다. 앨봄과 임종을 앞둔 그의 스승인 사회학자 모리 슈워츠(1916 ~1995년)가 나눈 대화들을 기록했다. 미치가 화요일마다 루게릭병에 걸린 모리를 찾아가는 이야기.

노주현은 이 작품을 통해 40년 만에 연극에 출연한다. 1968년 TBC 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1976년 거장 연출가 이해랑(1916∼1989년)이 이끌던 극단 신협의 연극 ‘죄와벌’ ‘이어도’ 이후 한동안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1980~1990년대 TV 멜로드라마의 ‘꽃미남’ 배우로 떠올랐다. 이후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2000 ~2002년), ‘똑바로 살아라’(2002~2003년), ‘감자별 2013QR3’(2013~2014년)과 여자 아이돌이 출연한 예능프로그램 ‘청춘불패’(2009~2010년) 출연 등으로 연기와 활동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내게 엄격한 카리스마가 있는 반면, 소년처럼 망가지는 천진난만함도 있고, 아이같은 동심도 있다. 배우가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 자신의 성격이 묻어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그 연기를 보기 힘들다.”

하루 3시간씩 꾸준히 연습 중인 노주현은 루게릭 병에 걸린 환자 연기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다.

모리는 운동세포가 파괴되고 근육이 위축되다 결국은 죽음에 이른다. “세밀하게 표현해야 한다. 순간순간 그 병의 증상이 나와야 하는데, 연극 무대라 관객에게 확실히 보여줘야 하는 것이 어렵다. 현재 내 가장 큰 숙제”라고 했다.

2인극도 노주현에게 첫 도전이다. “상대 배우와 대화를 주고 받는 것 역시 디테일을 찾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 오민석이 그와 호흡을 맞춘다.

노주현은 “배우는 선택을 받는 존재라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조금 더 그가 적극적일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그의 한양대 연극영화과 동기인 고학찬(68) 예술의전당 사장이 제안했고 작품을 고르는데 아이디어를 더했다.

무엇보다 연극 장르가 ‘배우의 예술’이라 뜻깊다고 눈을 반짝였다. “영화는 연출의 예술이고 TV 드라마는 작가의 대본이 좌지우지하는 것이 크다. 연극은 반면 배우가 이끌어가야 한다.”

앞서 2008년 ‘지붕 위의 바이올린’으로 뮤지컬에 처음 도전했다. “큰 경험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 내가 (힘들어서) 다들 도망갈 거라 생각했다는데… 끝까지 다 마쳤다.”(웃음)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췄던 배우 박정수가 ‘다우트’로 연기생활 43년만에 연극 데뷔하는 등 중년배우들의 무대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미 신구, 이순재 형님과 박정자, 손숙 선배님이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다. 나나 박정수 씨가 그분들의 뒤를 이어 열심히 활동할 때가 된 거지.”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은 삶에 쫓기는 현대인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와 스승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우리가 젊었을 때는 가난했지만 지금처럼 각박하지는 않았다. 현재 젊은이들은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야 하니 그만큼 딱하지. 바로 지금 앞에 있는 것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거다.”

그는 “연극을 통해서, 내 연기를 통해서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살아갈 생각을 했으면 한다”고 말한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다음달 4~19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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