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흔히 좋은 리더가 되려면 주변에 세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리더가 힘들고 외로울 때 얘기를 들어주는 친구가 필요하다. 리더도 인간이므로 때로는 좌절하고, 자리만큼이나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저녁때 만나 한잔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다음으로 필요한 사람은 전문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이른바 책사다. 리더가 아무리 뛰어나고 경험이 풍부해도 모든 것을 이해하거나 전략을 꾸밀 수는 없다. 책사가 그런 리더의 어려움이나 부족한 점을 채우고 복잡한 상황을 정리해 줄 수 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필요한 사람은 리더가 잘못된 길을 선택했을 때 “안 됩니다”라고 분명히 말해줄 사람이다.

셋 중 어떤 사람을 찾기가 가장 쉬울까?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다. 친구도 있을 수 있고, 부하직원 일 수 도 있다. 리더의 비위를 잘 맞추는 입안의 혀 같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책사도 구하기가 어렵지는 않다. 전문성에다 전략적 마인드를 갖춘 인재를 들여놓으면 된다.  그런 인재를 키울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결정한 일에 대해  “안 됩니다”라고 주장할 만한 사람이 있는가를 생각해보자. 결정적인 순간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누군가가 있는가? 심복 중에 이런 이가 있다면 복 많은 리더이다. 월급쟁이 중에서 이렇게 나설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리더는 이런 사람을 키워야 한다. 키우는 방법은 필요할 때마다 그에게 의견을 구해보는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내 생각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체크하고 그의 피드백을 통하면 생각을 단련시켜나갈 수 있다. 쓴 소리나 반대 의견은 리더가 “당신은  쓴 소리 하세요”라고 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런 분위기를 조성해야 나올 수 있다. 내 마음대로 처리하고 반대 의견을 무시할 수 있는게 리더의 권한이지만, 계속 그렇게 하면 리더에게 필요한 세 사람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가 빠지게 된다.

전망이 없는 사업에 이미 들인 비용 때문에 미련을 갖고 계속 투자하는 것을 ‘콩고드 효과’라고 부른다. 콩고드 효과가 벌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할까? 초기부터 해당사업의 의사결정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 즉 그것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들의 의견을 구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처음 결정의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유를 스스로 대보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미 함정에 빠졌더라도 더 이상 함정을 깊게 파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업에 실패하면 가차 없이 책임을 묻는 기업들이 많다. 그 사업을 하게 된 결정과 사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책임을 묶어서 묻는 것이다. 이런 문화 때문에 실패가 훤히 보이는 것도 지금 당장 인정하지 않고 질질 끌고 가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 책임 문제 때문에 판단을 미루고 시간을 끄는 것이다.

“제가 이 사업을 시작했지만 여건상 더 이상의 전망이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그만 두는 것이 맞습니다. 저도 이 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습니다”라고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혼자 결정해서 사업을 시작한 것도 아니고, 또 사업을 접는 것이 정말 맞는지도 모르고, 모든 사업은 미래의 변수가 작용하는 만큼 어찌 될지 알 수 없다는 생각도 작용한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리스크도 따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실패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사업을 책임진 임원들을 문책하기보다는 나중에라도 현명한 판단으로 뒤집는 임원에게 그 용기에 대한 대가를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 한번의 잘못에 담당자를 아웃시켜버리면 잘못된 결정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게 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평가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결정된 안건을 다시 평가할 때 그 결정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신뢰할만한 사람들로부터 의견을 받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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