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피’ 12일 개봉

2016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세계 최초로 도입된 로봇 경찰 군단 ‘스카우트’의 활약으로 범죄 조직은 맥을 추지 못한다.

스카우트 로봇 개발자인 ‘디온’(데브 파텔)은 한 걸음 나아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개발에 성공하지만 회사 사장(시고니 위버)은 그의 테스트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디온은 범죄 진압 과정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당해 폐기 예정이던 스카우트 22호를 몰래 빼돌리고,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 ‘채피’(샬토 코플리)를 탄생시킨다.

한편 스카우트의 성공으로 자신의 로봇 ‘무스’ 개발에 차질을 빚었다고 생각하는 전직 군인 출신의 무기 개발자 ‘빈센트’(휴 잭맨)는 눈엣가시인 디온을 뒤쫓다 우연히 채피의 존재를 알게 되고, 채피를 없앨 음모를 꾸미게 된다.

첫 장편 데뷔작인 ‘디스트릭트 9’(2009)과 뒤이어 선보인 ‘엘리시움’(2013)에서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주목받은 남아공 출신의 감독 닐 블롬캠프가 이번에는 ‘채피’로 또 한 번 관객의 허를 찌른다.

감독은 ‘채피’를 통해 인간의 잔혹한 본성과 미래에 대해 얘기한다.

닐 블롬캠프 감독은 “경찰 로봇처럼 비인간적인 존재에 완전히 인간적인 특징을 부여한 아이러니가 바로 이번 영화의 핵심”이라며 “로봇이 인간보다도 더 도덕적이고 윤리적이며 양심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관객은 혼란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갓 태어난 아기와 같은 로봇 ‘채피’는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엄마·아빠로 생각하는 갱스터 욜란디와 닌자의 말과 행동 등을 따라하며 무서운 속도로 지식을 습득한다.

마냥 귀여운 로봇을 상상했다면 갱스터와 어울려 사람을 찌르기도 하고 물건을 훔치기도 하는 ‘채피’의 행동이 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눌러 붙은 배터리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수명이 정해져 있던 ‘채피’가 죽음에 대해 알게 되는 모습이나 “한 탕은 안 돼. 난 못 해”라며 범죄를 자각하는 모습 등은 점차 인간보다 훨씬 성숙하게 다가온다. 마치 ‘전쟁 게임’을 하듯 채피를 없애려고 로봇을 조종하는 빈센트의 모습 등과도 대조적이다.

닐 블롬캠프 감독의 ‘페르소나’인 샬토 코플리가 채피 연기를 맡았고, 남아공의 얼터너티브 힙합 그룹 ‘디 안트워드’ 멤버인 닌자와 욜란디가 갱스터로 열연했다.

해외에서는 청소년관람불가에 해당하는 R등급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잔인하고 선정적인 장면 두 곳의 일부를 뿌옇게 처리해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3월 12일 개봉. 1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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