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도 저예산 다큐 영화 감독
“우리 땅인데…역사 바로잡겠다”
독도의용수비대 이야기 영화로
일본 야욕에 맞선 청년들 재연
1953∼1956년 활약상 담아
5일 시사회서 첫 공개

“후회 없어요. 당시엔 젊었으니까.”

“우리 땅인데도 그런 희롱을 당하고, 일본이 교과서에도 자기네 땅이라고 그러는데… 역사를 바로잡아야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도 일본에 맞서 맨몸으로 독도를 지키는 데 젊음을 바친 울릉도 청년들.

60년 세월이 흘러 백발의 노인이 되고도 “후회는 없다”며 웃어 보인다.

6·25 전쟁의 혼란을 틈타 호시탐탐 독도를 넘보던 일본에 맞서 자발적으로 수비대를 결성해 독도를 지킨 ‘독도의용수비대’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 영화로 나온다.

30분 분량의 저예산 영화 ‘독도의 영웅’이다.

권순도(37) 감독은 지난달 27일 “더 늦기 전에 독도의용수비대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널리 알려야겠다는 마음이 앞섰다”고 털어놓았다.’

“요즘 사람들은 말로만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하는데 정작 왜 그런지는 잘 모르더라고요. 저도 마찬가지였죠. 우연히 수비대에 대한 기사를 봤는데 막상 영화 제작은 안 이뤄졌더라고요. 수비대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만들면 독도 홍보에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영화는 ‘독도는 우리 땅’인 역사적 근거를 짤막하게 소개한 뒤 1953∼1956년 독도의용수비대의 활약상을 재연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수비대원의 증언도 사이사이에 넣었다. 이젠 노인이 된 대원들이 당시를 회고하는 장면에서는 용감했던 청년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수비대장인 고(故) 홍순칠 옹의 부인인 박영희 여사도 찾아가 뵀죠. 들을수록 놀라운 사연이 많았어요. 수비대는 어디서도 지원을 받지 못해 사재를 털었거든요. 그래서 군복도 저렴한 걸 사느라 심지어 단춧구멍도 없는 옷을 입어야 했대요. 박 여사께서 한 벌 한 벌 손수 단추를 다셨다니… 안쓰러우면서도 존경스럽습니다.”

제작비는 재단법인 독도의용수비대기념사업회가 절반가량을 지원했다. 여기에 각계 후원금도 보탰지만 예산이 빠듯해 감독, 배우 할 것 없이 1인 3∼4역을 맡아야 했다.

제작 기간 1년. 권 감독은 독도에만 3차례 다녀올 정도로 발품을 팔았다.

“배우들도 독도에 가보고 싶어했지만 여건상 어려웠죠. 독도처럼 나무 없는 돌섬을 찾느라 고생했어요. 영화에 나오는 섬은 사실 인천에 있는 구봉도예요.”

권 감독은 유관순 열사, 6·25 전쟁, 백선엽 장군 등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를 여럿 만들었다. 이번엔 독도를 스크린으로 옮겨온 이유는 뭘까.

“12년가량 외국 생활을 했는데 외국인들은 정작 독도가 독도인지, 다케시마인지 별 관심이 없더라고요. 하지만 중국, 러시아, 일본에 둘러싸인 한국 입장에서는 독도가 외교적,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거든요. 독도의용수비대의 활약상을 담아 독도를 소개하면 많은 관심을 끌 거라 봅니다.”

‘독도의 영웅’은 저예산 다큐멘터리여서 상업 영화에 익숙한 관객이 보기엔 다소 밋밋할 수 있다. 하지만 감독과 배우들이 이구동성으로 꼽은 ‘가슴 뭉클한 장면’이 있다고 한다.

“수비대가 독도 수비를 우리 경찰에 넘기고 해단하는 마지막 장면이죠. 노을이 어린 독도에서 대원들이 둘러서서 손을 모아 잡아요. 실제로 당시 대원들은 어떤 기분이었을지… 평범했던 시골 청년들이 일본에 맞서느라 집안 재산을 쏟아붓고 젊음을 바쳐 독도를 지켰으니까요. 그분들의 뜻을 젊은 세대가 많이 알고 기억해줬으면 합니다.”

‘독도의 영웅’은 오는 5일 시사회에서 처음 공개된다. 한글판, 영어판 DVD로 제작해 국내 교육 기관에 배포하며, 해외 보급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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