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철 충북대학교 겸임교수

방학이지만 대학교는 늘 활기에 차있다. 부족한 공부를 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연구를 위해 실험실이나 연구실에서 밤낮을 잊은 채 불을 환히 밝히고 있는 학생들도 있다. 그런 학생들이 있기에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러나 현실은 좀 다른 것 같다. 경제적인 여건은 전보다 좋아졌다고 하지만 살기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으니 참 이율배반적이다. 그 증거가 바로 대학생들의 취업률이다. 우리 세대도 취직하기가 그리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학생들을 보면 취직은 ‘가문의 영광’을 넘어서 ‘하늘에 별 따기’이다.

대학교 3학년 2학기만 들어서면 학생들의 얼굴은 불안과 초조함으로 가득 차 있다.

“교수님, 제가 은행을 가려고 하는데요. 어떤 책을 보아야 하는지요?” 또는 “공무원 시험 준비 중입니다. 방학 동안에 서울에 있는 학원에 가려는데 교수님 생각은 어떤지요”하며 취업에 관한 짐을 잔뜩 짊어 지고와 내 앞에 펼쳐 보인다.

그럴 때마다 농협에서 근무했던 경험이나 그들과 나이가 같은 우리 집 아이들의 예를 들어가며 조언을 하곤 하였다. “교수님! 사실 교수님께 면담요청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연세가 있으시니 우리와 세대차이가 있을 것 같았고. 또 농협에서 고위직에 계셨다는 말을 듣고는 분명 권위적이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막상 교수님과 대화를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우리의 말을 잘 경청해 주시는 것은 물론 진심으로 우리를 위하여 조언을 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랬나? 그런 모습은 아마 농협에 다니면서 몸에 밴 것 일거야.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경영쪽에서 보면 ‘고객관리’라고 하는데,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신속하게 찾아내어 완벽하게 해결해 주는 것이지. 지금 각 기업이나 은행에서는 고객확보를 위해 가장 중요시하는 업무 중 하나야. 지금은 내가 학교에 있으니 나의 고객은 당연이 학생이겠지. 그러니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 해결해 주어야 고객이 만족하는 것 아니겠어?” 그제야 면담 온 학생도 이해가 되는지 머리를 끄덕인다.

한동안 언론에 오르내리던 어느 항공사 부사장의 행동을 보면서 생각한 것이 바로 고객관리이다. 부사장이 생각하는 고객은 아마 항공사를 이용하는 ‘승객’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고객 중에는 내부고객 또한 매우 중요하다. 나와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의 만족 없이는 외부고객의 만족을 기대하기란 매우 어렵다.

한 조직의 장으로써 일을 하다보면 내가 일하는 것보다는 내부고객인 직원들이 일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니 내부고객 만족 없이 어찌 외부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 고객관리 한 번 잘못해 경제적 손실과 국제적인 망신은 물론 온 국민들로부터 그동안 쌓아온 좋은 이미지까지 실추된 것을 생각해 보며 고객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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