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빅스·래퍼 올티 등 리메이크 바람
“기성세대엔 친숙함, 요즘 세대엔 새로움 준다”

아이돌 그룹 빅스가 발표한 ‘이별공식’이 24일 각종 음원사이트 실시간차트 1위를 기록했다.

‘이별공식’은 1995년 그룹 알이에프(R.ef)가 발표해 ‘길보드’(불법 복제 음반을 팔던 길거리 노점상) 차트까지 휩쓴 동명곡을 리메이크 한 곡이다.

빅스의 버전은 ‘이별 장면에선 항상 비가 오지, 열대 우림 기후 속에 살고 있나’란 핵심 가사를 그대로 살리고 빅스 멤버들의 랩과 일부 가사를 추가해 익숙한 듯 새롭다.

알이에프의 성대현은 “원곡보다 훨씬 더 신나고 요즘 감성에 잘 맞으면서도 향수가 담겼다”며 “우리 때보다 이 노래가 더 알려져 향수를 그리워하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이처럼 1990년대 음악이 20년을 뛰어넘어 재생산돼 다시 생명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서태지, 김동률 등 1990년대를 대표하는 가수들이 컴백하며 시작된 복고 흐름은 연말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를 통해 정점을 찍으며 이어지고 있다.

래퍼 올티는 25일 발표하는 첫 정규 앨범에 그룹 공일오비(015B)의 명곡인 ‘이젠 안녕’을 리메이크한 ‘졸업(이젠 안녕)’을 수록했다.

‘이젠 안녕’은 1991년 공일오비의 2집 타이틀곡으로 멤버들이 윤종신, 신해철 등 여러 보컬들과 한소절씩 함께 부른 곡이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꺼야’란 후렴구는 졸업 등 헤어짐을 맞는 순간마다 널리 불렸다.

이 곡이 나올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1996년생 올티는 원곡의 멜로디를 살리고 자신의 학창 시절 경험담을 솔직하게 녹인 가사와 랩을 더해 재해석했다.

그는 “학창 시절의 추억을 제 노래를 들으며 다시 한번 회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팝페라 테너 임형주도 지난해부터 기획한 1990년대 가요 리메이크 앨범인 5.5집을 최근 발표했다.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과 이소라의 ‘청혼’, 김광석의 ‘거리에서’, 김장훈의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등을 더클래식 박용준의 편곡을 거쳐 수록했다.

임형주는 “데뷔해 활동을 시작한 시기가 1990년대여서 자연스럽게 그 당시의 노래를 많이 들었고, 또 개인적으로나 음악적으로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유명한 곡을 고르기보다 개인적으로 애착이 있는 곡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달에는 프로듀서팀 플라스틱이 1998년 조PD 등이 속한 그룹 유알아이(URI)의 대표곡 ‘유 & 아이’(You & I)를 리메이크해 선보였다.

원곡은 디스코의 펑키한 리듬으로 당시 여름을 강타했지만 플라스틱은 이 곡을 어쿠스틱 사운드로 재탄생시켰다.

또 지난해부터 1990년대 음악 흐름이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던 작곡가 용감한형제는 아예 ‘제2의 듀스’를 꿈꾸는 2인조 ‘원펀치’를 선보였다. 데뷔 앨범 타이틀곡 ‘돌려놔’는 1990년대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에겐 당시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포인트가 뚜렷하다.

이처럼 1990년대 음악을 다시 소비하는 흐름은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작곡가 신사동호랭이는 “기성세대엔 친숙함을 신세대엔 새로움을 준다”며 “1990년대 음악은 코드 진행이나 후렴구 가사 등에 변화가 많아 입체적인데 코드 4개가 반복되는 경향이 있는 아이돌 음악을 듣던 세대에는 새롭고, 지금의 음악 흐름에 따라가지 못했던 세대에겐 추억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류에 편승하는 움직임이란 지적도 있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원곡이 생명력을 얻은 건 그 시절의 추억이 있기 때문”이라며 “유행을 좇아 재해석한 곡들이 그 시절의 추억을 다시 담을 수 있을지는 비관적이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작곡가도 “음반제작자들이 흐름에 민감한 경향이 있는데다, 업계 호황기였던 1990년대를 향한 그리움이 커 당시 곡을 끄집어내는 것 같다”며 “힘들 때마다 ‘옛날이 좋았지’라고 과거를 그리워하듯이 살기 어려운 요즘, 그 시대가 힐링의 대상이 된 것 같다. 지금 그 시절의 밝은 면만 조명되는데 당시 가요계는 립싱크, 표절 등으로 질타를 받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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