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냐리투 감독의 ‘버드맨’은 어떤 영화?

“모든 것은 타인의 판단이 아닌 그 자체로서 빛난다.”

강력한 경쟁작이었던 ‘보이후드’를 제치고 아카데미의 선택을 받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버드맨’은 퇴물이 된 스타가 자신의 자아를 회복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코미디와 비애, 환상과 현실감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성공의 덧없음 등을 얘기한다.

슈퍼 히어로 ‘버드맨’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지만 지금은 퇴물이 된 60세 할리우드 배우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

그는 예전의 꿈과 명성을 되찾고자 배우의 길을 걷게 해 준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들고 브로드웨이 무대에 도전한다.

리건은 연극에 모든 것을 걸지만, 첫 공연을 앞둔 주변 상황은 산 넘어 산이다.

연기 못 하는 배우를 자르고 급하게 섭외한 ‘마이크 샤이너‘(에드워드 노튼)는 연기는 잘하지만 무대에서 진짜로 술을 마시는 등 기행을 일삼고, 마약 재활원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 딸 ‘샘’(엠마 스톤)은 자꾸만 엇나간다.

오랜 무명 생활을 거친 ‘레슬리’(나오미 왓츠)는 긴장감과 중압감에 불안해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극의 성패를 좌우하는 유명 비평가는 연극을 보지도 않았으면서 최악의 평을 쓰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영화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함께 신랄하면서도 코믹한 각본, 마치 실제로 연극 무대의 이면을 들여보는 듯 롱테이크로 이어지는 촬영 등이 조화를 이뤘다.

주로 하층민의 삶 속에 숨겨진 절망을 파헤치며 사회를 성찰하고 이방인에 대해 사실적인 묘사를 해 왔던 멕시코 출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사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성공의 기준과 자아와의 싸움에 대해 얘기한다.

비록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리건 역을 맡은 배우 마이클 키튼은 이 영화로 말 그대로 ‘훨훨’ 날아올랐다.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1989)에 전격 캐스팅돼 전성기를 맞았다가 ‘배트맨2’ (1992) 이후 별다른 흥행작을 내지 못하고 대중의 관심에서 잊혔던 마이클 키튼은 마치 자신의 얘기를 그려내듯 열정과 후회, 분노, 두려움 등 변화무쌍한 감정을 깊이 있게 표현했다.

틈만 나면 리건의 귀에 들리는 환청은 리건의 복잡한 심경을 여실히 드러내 주는 중요한 장치이기도 하다.

여기에 복잡한 미로와 같은 연극 무대의 뒷모습과 배우 사이를 넘나들며 물 흐르듯 길게 이어지는 카메라워크는 관객으로 하여금 실제로 연극 무대와 그 이면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관객이 미로처럼 복잡하고 폐쇄공포증처럼 숨막히고도 필연적인 주인공의 평범성을 리건의 입장에서 경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전체를 하나로 이어서 촬영하기로 계획했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한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 감독은 대본 15장의 분량을 한 컷에 담아내는 등 브로드웨이를 유영하는 촬영 기법으로 작년 ‘그래비티’에 이어 2년 연속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했다.

‘버드맨’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배우 닐 패트릭 해리스의 사회로 열린 제87회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등 주요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앞서 열린 골든글로브에서 각본상과 뮤지컬·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을 차지하는 등 60여개 시상식에서 130개가 넘는 트로피를 거머쥔 바 있다.

국내에서는 다음 달 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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