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기원전 2백년, 진(秦)나라의 폭정에 못 이겨 각처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그중 농민 출신인 진승(陳勝)의 반란이 가장 먼저 크게 번졌다. 그 무렵 아버지 진시황에 이어 황제의 자리에 오른 진시황 2세가 이 소식을 듣게 되었다. 조정의 여러 신하들을 불러놓고 물었다.

“옛 초나라 지역 농민들이 기 땅을 공격하고 진(陳)현에 이르렀다 하는데 경들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한 신하가 나서서 말했다.

“신하된 자는 함부로 사병을 가질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진승이라는 자가 농민들을 이끌고 한나라 관청을 습격하니 이는 반란을 행하려는 역적이나 다름없습니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오니 폐하께서는 급히 군대를 파견해 그들을 정벌하도록 해주십시오.”

“뭐라고 반란?”

진시황 2세는 반란이라는 말을 듣고 노하여 얼굴색이 변하였다. 그때 숙손통(叔孫通)이라는 자가 나아가 아뢰었다.

“폐하! 방금 들으신 그 말은 틀린 말입니다. 오늘날 천하가 통일되어 하나가 되었습니다. 각 군과 현의 성을 허물었고, 무기는 녹여 다시는 쓰지 않겠다고 천명하였습니다. 위로 영명하신 황제가 계시고 아래로 백성들이 각자 직업에 충실하여 평안히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감히 천하 어디서 반란을 일으키는 자가 있겠습니까? 지금 변경 지역이 소란스러운 것은 단지 몇몇 도적들이 설치는 것입니다. 그것은 쥐새끼가 곡식을 훔치고 개가 물건을 물어가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들은 논의할 거리조차 되지 못합니다. 현재 태수와 군위들이 그들을 잡아들여 죄를 다스리고 있으니 조금도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 말을 들은 진시황 2세가 금세 얼굴이 밝아졌다.

하지만 이어 다른 신하에게 물어보니 또 다시 반란을 일으킨 것이라 했다. 다시 다른 신하에게 물어보니 그는 도적에 불과한 것이라 말했다. 이에 진시황2세가 혼란스러워 어사대부에게 명하였다.

“신하된 자들이 감히 말해서는 안 될 것을 함부로 말하고 있도다. 반란이라 말한 신하는 모두 형리에게 넘겨 철저히 조사하라!”

그리고 숙손통에게는 비단 20필을 하사하고 박사(博士)에 임명하였다.

숙손통이 궁궐 밖으로 나오자 다른 신하들이 다가와 말했다.

“선생은 어찌 그리도 아첨을 잘하십니까?”

숙손통이 말했다.

“여러분은 아마 잘 모를 것입니다. 나도 하마터면 호랑이 입에 물릴 뻔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에 행여 사실이 밝혀져 황제가 알게 될까 두려워 숙손통은 관직을 버리고 설 땅으로 도망갔다. 그곳에서 반란군 항량(項梁)을 만나 따랐다. 항량이 정도 전투에서 패하자 회왕(懷王)을 따랐다. 회왕이 장사현으로 옮기게 되자 이번에는 항우를 따랐다. 항우가 유방에게 패하자 이번에는 항우를 버리고 유방을 따랐다.

아유구용(阿諛苟容)이란 자신의 이익을 따라 이쪽에 붙었다 저쪽에 붙었다 하는 존재를 가리킨다. 곡학아세(曲學阿世)가 학문을 이용해 아부하는 것이라면 이 말은 그저 아첨과 아부를 일삼는 것을 말한다. 우리 속담에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라는 말과 의미가 같다.

지금 백성들은 나라에서 빼앗아 가는 세금이 너무도 많아 살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도 조정의 대신들은 실상을 조사해보지도 않고 지금은 건국 이래 가장 태평한 시절이라고 왕을 부추기고 있다. 그 정도면 아첨과 아부가 숙손통을 넘어서니 대단하기 이전에 서글픈 생각이 드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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