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쎄시봉’ 조복래
“알수록 어려운 인물…부담 심했다”

“산에 놀러 간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거죠. 뭐랄까, 뒷산인 줄 알고 다가갔는데 에베레스트였다고 할까요. 그냥 바로 올라갈 수 있는 산이 아니잖아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고 그렇게 준비를 한다고 해서 올라간다고 장담할 수 없는 산이죠. 송창식 선생님을 연기한다는 건 제게 그런 느낌이었어요.”

김윤석은 우리나라 최고 영화배우 중 한 명이다. 김희애를 모르는 관객은 없다. 정우는 2013년, 강하늘은 올해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한효주는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다. 진구, 김인권, 권해효는 영화판에서 한가락 한다. 이 화려한 출연진 사이에 처음 보는 배우 한 명이 끼어있다. 조복래(29)다.

영화 ‘쎄시봉’(감독 김현석)에서 조복래의 인상은 강렬하다. 대사나 출연 분량은 적지만 아마도 관객은 그의 얼굴을 잊지 못할 것이다. 조복래는 이번 영화에서 한국 가요계의 거목 송창식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다. 닮지 않았지만 닮아 보이고 송창식만큼 노래하는 건 아니지만, 왠지 송창식이 노래하는 것 같다. 조복래의 연기가 그렇다. 그래서 극이 끝나고 나면 저 배우가 누구인지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게 된다.

조복래는 2011년 연극 ‘리턴 투 햄릿’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영화에는 2013년부터 출연했다. ‘소원’(2013) ‘명량’(2014) ‘우리는 형제입니다’(2014) 등의 영화에 조·단역으로 등장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2월 ‘쎄시봉’ 오디션 공고를 봤다.

“이건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조복래는 밴드부 생활을 해 기타를 칠 줄 안다.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에게 성악을 배운 경험도 있었다(송창식은 서울예고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외모 또한 송창식처럼 잘생기지 않았다. ‘한량’ 같은 행동도 송창식과 닮았다고 느꼈다. 결정적으로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은 음악이 송창식의 노래였다.

“저 스스로 제가 가장 경쟁력 있는 오디션 참가자라고 생각했어요. 따져보세요. 이 요소들을 충족할 수 있는 참가자가 몇이나 되겠어요. 혹시 모른다는 자신감이 있었죠. 그렇게 속으로 ‘덤벼라’하면서 오디션 봤는데, 망했죠.(웃음) 그래서 안 될 거라고 봤어요. 근데 합격이라니….”

그날로 조복래는 송창식 분석에 들어갔다. 노래와 기타를 연습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송창식의 자료를 뒤지고, 영상을 돌려보고, 음악을 반복해서 듣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송창식이라는 인물은 알면 알수록 어려웠다. 그는 자기 말처럼 거대한 산을 앞에 두고 있었다.

조복래는 “송창식이라는 사람은 끝이 없었다. 오디션 합격했을 때 잠깐 기뻤던 것 같다. 나머지 순간들은 부담감이 심했다”고 기억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조복래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송창식의 노래를 따라가는 것이었다.

“송창식 선생님은 노래 부를 때 정말 소년 같아요. 어떻게 그런 표정이 나오죠? 그러니까 그게 송창식 선생님 같았어요. 듣는 사람도 소년으로 만드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 내 감정 그대로 송창식의 노랫말을 따라가다 보면 그 정서가 표현될 것 같았다고나 할까요.”

노래는 일종의 연기다. 연기도 결국 노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조복래는 그렇게 연기했다. 이번 영화속 송창식역은 지금까지 그가 맡은 배역 중 가장 비중이 크다.

“어떻게 제 연기를 평가하겠어요. 그래도 만족해야죠. 이제 시작이니까요. 앞으로 더 잘하면 돼요. 그런데 전 ‘쎄시봉’을 볼 때마다 송창식 선생님께 죄송하다고 계속 말할 것 같아요.”

조복래는 “‘쎄시봉’에서 한 연기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송창식을 연기했다는 것과 ‘쎄시봉’에 출연한 것은 그 정도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완전히 ‘신인 배우’라고는 할 순 없지만, 영화 출연 경험은 많지 않다. 그는 이제 ‘시작하는 배우’다. 조복래는 누구보다 더 강렬하게 배우 인생을 열어젖히는 중이다. 영화가 개봉하면 어쩌면 그의 인생은 그전과 달라질지도 모른다.

“전 그냥 해온 것처럼 할 겁니다. 그냥 연기하는 거죠. 전 단 한 번도 스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제가 달라지면 연기가 절 싫어할 것 같아요. 그런 싸움에서 이겨내고 정신적으로 잘 지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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