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전국(全國)시대 초기 이극(李克)은 사람 보는 안목이 뛰어나고 형세 판단이 예리한 자였다. 위(魏)나라 문후(文侯)가 그를 알아보고 작은 나라 중산(中山)의 재상으로 임명하였다. 이때 이극을 추천한 자가 대신 적황(翟璜)이었다.

하루는 문후가 이극을 불러 물었다.

“위나라의 다음 재상으로 위성(魏成)과 적황 중에 누가 더 낫겠소?”

이극은 말 한 마디 잘못해서 화를 입을까 두려워 원론적인 대답만 하였다.

“재상의 자리란 백성을 다스려본 자만이 적당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에 문후가 다시 물었다.

“그런 말을 듣고자 하는 것이 아니잖소. 이 두 사람 중 누가 낫겠소?”

이에 이극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였다.

“재상에 오를 사람이 적당한지 아닌지는 우선 그의 과거 행적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가 평소에 어떤 부류의 사람들과 어울렸는지, 그가 부유하다면 사람들에게 무엇을 도와주었는지, 그가 높은 자리에 있었다면 천거한 사람은 어떤 자들인지, 그가 역경에 처한 적이 있다면 그때 무슨 일을 했는지, 그가 가난하다면 무얼 조심하며 살고 있는지. 이 다섯가지를 살펴보면 분명해집니다.”

문후가 이 말을 듣고는 기뻐하며 말했다.

“이제야 재상을 결정할 수 있겠소.”

이극이 집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적황을 만나게 되었다. 적황이 반갑게 물었다.

“그대가 왕을 뵙고 재상 임명에 대해 상의하였다고 들었소. 그래, 누구를 천거하였소?

이극이 대답했다.

“위성입니다.”

적황이 이에 화를 벌꺽 내며 말했다.

“내가 위성보다 무엇이 못하단 말이오? 국왕께서 고민하실 때 서하(西河) 태수며 업 땅의 태수도 내가 천거하여 평안히 다스려지지 않았소. 또 중산을 토벌할 때는 악양(樂羊)를 천거했고, 그곳을 다스릴 때는 그대를 추천하지 않았소? 뿐만 아니라 태자의 스승을 추천한 것도 내가 아니요. 도대체 내가 위성보다 못한 것이 무엇이란 말이오?”

이에 이극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대감께서는 곳곳에 사람을 심어 세력을 키우셨지만, 위성은 어느 곳 하나 자신의 사람을 심은 적이 없습니다. 대감께서는 재물을 모아 갑부가 되셨지만, 위성은 자신의 녹봉을 털어 가난한 선비들을 후원하고 계십니다. 대감의 가족들은 언제나 호의호식하며 살지만, 위성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쓰는 것이 정말 청빈한 수준입니다. 대감께서는 재물이 많은 자와 아부하는 자를 좋아하지만 위성은 천하의 귀한 선생들을 모셔와 그들에게서 치국의 도를 배우기를 좋아합니다. 이런데 어찌 대감이 위성과 비교한단 말입니까?”

적황이 이 말을 듣고는 이내 부끄러워 물러갔다.

가빈사양처 국란사양상(家貧思良妻 國亂思良相)이란 집안이 가난하면 어진 아내가 그리워지고, 나라가 혼란하면 현명한 재상을 그리워한다는 말이다. 이는 ‘사기(史記) 위세가(魏世家)’편에 있는 글이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총무가 총리로 지명되었다. 충남도지사를 역임한 지역의 맹주(盟主)이자, 큰 꿈을 그리는 그로서는 누구보다 유리한 고지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다. 새누리당 대표인 김무성으로서는 약간 속이 쓰린 일이겠지만 말이다. 이번 총리청문회에서는 이완구의 지난 과거를 이극이 말한 것처럼 조목조목 따져보기를 바란다. 그런 것이야 말로 백성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니 의원들은 모처럼 밥값 제대로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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