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대전대 청주한방병원장 침구·재활1과

매년 초에는 담배를 끊기 위해 내원하는 환자가 가장 많은 기간이지만 정작 금연에 성공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서 스트레스나 금단증상으로 말미암아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되기 쉬운 것도 또한 흡연이다.

담배를 끊고 싶은데 의지력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담배의 폐해는 알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엇보다 담배 한 대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자발적인 의지로 담배를 끊기 힘들다면 금연침(禁煙鍼)을 맞는 것은 어떨까? 금연침은 담배맛을 떨어뜨리고, 금단현상까지 완화시켜주는 효과가 있어 가장 확실한 금연방법이라 할 수 있다.

금연침은 일반 침술치료와 달리 귀에만 침을 놓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래서 전문용어로는 이침(耳鍼)요법이라 부른다.

한의원에 가면 귀에 있는 경혈 중 입(口), 코(內鼻), 목(咽喉), 기관지(氣管), 폐(肺), 신문(神門), 내분비 기관에 영향을 미치는 곳에 침을 맞게 된다.

입, 코, 목, 기관지, 폐는 담배연기가 우리 몸 속에서 돌아다니는 주요 기관들이며, 내분비 기관은 호르몬의 밸런스를 조절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등 인체의 중요한 생리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곳이다.

인체 각 기관과 연결된 경혈들에 침을 맞으면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도 감소되지만 특히 담배 맛이 변한다. 그 동안 구수하던 맛은 온데 간데 없고 종이를 말아 피우는 것처럼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한다.

반응이 강한 사람들은 아예 담배연기만 맡아도 속이 울렁울렁하고 구역질이 나는 등 심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신문혈은 대뇌피질의 흥분과 억제를 조절하며 정신신경계통의 여러가지 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곳이다.

특히 담배를 끊고 나서 생기는 불안, 초조감 등의 금단현상을 치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귀의 윗부분 삼각와에 위치한 신문혈은 이런 효과 때문에 동양의학에서는 침술마취에 사용되기도 한다.

금연침 치료의 시작은 길이 1㎜ 정도인 압정 모양의 침을 꽂고 그 위에 살색 테이프를 붙인 뒤 평소에도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수시로 눌러 자극을 주게 된다.

금연침은 3일 간격으로 1주일에 2회 병원에 나와 양쪽 귀에 번갈아 맞게 되며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금연에 이르기까지 3~4주 정도 걸린다.

금연침을 맞고 싶지만 바쁜 직장일 때문에 병원에 가기 어려운 사람들은 굳이 침을 맞지 않아도 된다. 끝이 뾰쪽한 이쑤시개나 볼펜 끝으로 반응점을 찾아 침자리를 알아낸 뒤 잡곡밥에 들어가는 조를 테이프로 고정시켜 자극을 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금연침 시술시 주의사항은 첫째, 술자리, 회식 등 등 담배를 상습적으로 많이 피우는 장소나 놀이는 삼가야 한다. 둘째, 맵거나 기름기가 많은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담백하고 싱거운 음식을 먹는다. 셋째, 아침시간이나 식사 직후 등 담배 생각이 간절할 땐 의식적으로 냉수를 많이 마시는 것이 니코틴의 금단현상도 줄여주고 갑자기 금연하면서 생길 수 있는 변비도 완화시켜 준다.

그러나 금연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마음자세가 중요하다.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담배를 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때 담배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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