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새정치연합 전 상임 고문이 지난 11일 탈당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이 우경화됐다. 존재의 이유가 없다”는 말을 남겼다. 아무리 훌륭한 명분이라 해도 시기적으로나 새정연이 처한 환경을 생각해 볼 때 적절하지 못한 행보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전 고문을 비난하기 앞서 탈당의 명분을 준 새정연의 깊은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민사회·재야 인사들이 주축이 된 ‘국민모임’은 대선 후보를 지낸 정 전 고문의 합류로 야권 재편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천정배 전 의원 등 야권 중진의 추가 합류도 예상돼 야권 지형에 변화가 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새정연은 정 전 고문의 탈당이 당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미 흠집은 나기 시작했다. 우선 정 전 고문 자신에 대한 흠집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당의 우경화가 탈당의 배경이었다면 당의 중심 역할을 했던 정 고문 자신은 당이 우경화되는 동안 어떤 역할을 했는지 답을 내놓아야 한다. 사실 그의 노력은 결코 보이지 않았다. 지난 몇 년간 정 전 고문은 있는 듯 없는 듯,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보다는 뒷짐 지고 구경하듯 독자적인 행보를 해 왔다. 무엇보다 수없는 탈당과 복당으로 얼룩진 그의 정치 인생에 한줄 더 이력을 얹었다는 것은 정치인의 신뢰도에 큰 흠집이 났다는 점은 자명하다.

다음은 새정연에 난 흠집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지만 현재 새정연의 분위기로 봐서는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가 그다지 크지 않다. 당 내부의 계파갈등 해소가 관건이며 세월호 참사, 서민증세, 청와대 문건 파문 등 여러 야당의 호재가 있었음에도 무엇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무능으로 일관한 새정연에 대한 실망은 정부와 여당 못지않다. 새정연이 현재와 같은 무능과 분열의 모습으로 전당대회 이후까지 지속된다면 국민모임 뿐 아니라 국민의 지탄으로 당 자체가 유야무야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새정연의 무기력함이 심각한 수준이다. 

정 전 고문의 탈당으로 새정연의 입지를 재정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상실한 지지기반을 견고히 하고 잃어버린 정체성과 리더십을 확보하고 타성에 젖은 계파갈등을 타파하는 등 현재 새정연이 안고 있는 고름을 제거할 수 있는 마지막 마지노선에 서 있다. 정책도 전술도 없는 갈팡질팡의 당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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