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최고 기대작 불구 이야기·연기 기대 못미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특급스타 한석규와 이제훈이 뭉친 만큼 방송가와 시청자들의 기대는 대단했다.

하지만 지상파 드라마의 경쟁력이 끝도 없이 추락하는 흐름 속에서 한석규-이제훈 카드마저 무용지물이었다.

두 배우가 각각 아버지 영조와 아들 사도세자로 분했던 SBS TV 사극 ‘비밀의 문’이 지난 9일 지상파 3사 월화극 중 꼴찌인 5.2%(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종영했다.

동시간대 방영된 MBC TV ‘오만과 편견’은 10.6%, KBS 2TV ‘힐러’는 7.9%를 기록했다.

드라마는 대중에게 익숙한 영조와 사도세자의 역사에다 의궤에 얽힌 살인 사건을 더한 고전 추리물로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전작 SBS TV ‘뿌리깊은 나무’에서 사극 신드롬을 일으켰던 한석규와 전역 후 첫 작품 활동에 나선 이제훈 외에도 김유정과 김창완 등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조연들이 두루 포진한 점도 기대를 키웠다.

지난 9월 22일 8.8%로 출발한 ‘비밀의 문’ 시청률은 4회까지는 10%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갈수록 하락하다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5%대로 추락했고 지난달 27일에는 4%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비밀의 문’의 결정적인 패인은 이야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극 중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시청자들에게 친절히 보여주지 않은 채 이야기만 빨리 전개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갈등 핵심 소재인 비밀문서 ‘맹의’의 정체도 모호했다.

사실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어려웠던 것도 아니다. ‘맹의’를 둘러싸고 동어반복을 하느라 지루했던 것이다. 목적지가 분명하고, 갈등 요소는 이미 초반에 까졌음에도 이야기는 계속 뱅뱅 맴을 돌았다.

배우들의 연기도 기대에 못 미쳤다.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현자 세종을 연기하며 시청자를 열광시켰던 한석규는 이번에는 성격 연기에 치중하느라 대사 전달력 자체가 떨어졌다. 군 복무 이후 첫 작품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이제훈은 아직 몸이 안 풀어진 듯 처음부터 끝까지 잔뜩 힘을 준 채 긴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여주인공 서지담 역을 맡은 열다섯 살의 김유정은 다른 인물들과 어울리기에 역부족이었다. 이런 이유로 초반부에 떠난 시청자들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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